20대 사회 초년생인 박진석(가명) 씨가 내뱉은 말이다. 박 씨는 올해 초 취직에 성공해 고향을 떠나 서울에 상경했다. 홀로 하는 서울살이가 만만치 않다고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무엇보다 먹거리가 문제다. 그는 “이제 취직해 벌이가 얼마나 되겠나. 얼마 안 되는 월급을 쪼개고 쪼개 나름 아낀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롯데리아마저 오는 8일부터 버거값을 올린다고 하자 박 씨는 참았던 한탄이 절로 나왔다. 롯데리아뿐만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노브랜드를 시작으로 버거 가격이 연이어 오르고 있다. 이들은 배달 서비스 부대비용 증가, 원자재가 강세, 물류 수수료 및 인건비 상승 등 대내외적 원가 상승 요인으로 불가피하게 판매가를 조정한다고 밝혔다.
롯데GRS 관계자는 “이번 판매가 조정은 최근 이슈화되는 배달 서비스 부대비용 증가 등 외부적 제반 경비 증가와 내부적 원자재가 인상으로 가맹점의 수익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인상 조치”라며 “고객 선호도가 높은 주력 제품에 한해 판매가 조정 수준을 100원~200원으로 맞춰 고객 부담 최소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롯데리아는 2021년 12월 제품 판매가격을 평균 4.1% 올리고 매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2022년 6월에는 평균 5.5% 인상했고, 지난해 2월에는 평균 5.1% 올렸다.
올해 버거 가격 인상의 시작은 노브랜드 버거가 끊었다. 올해 2월 신세계푸드가 29일부터 노브랜드 버거에서 판매하는 버거, 사이드 메뉴 등 30여 종의 판매가격을 평균 3.1% 상향 조정했다. 이번 조정으로 대표 메뉴인 NBB 시그니처(단품) 가격은 4400원에서 4800원으로 조정됐다.
이어 맥도날드가 5월에 전체 제품의 22%에 해당하는 16개 품목만을 대상으로 가격 조정을 단행했다. 메뉴별 가격은 최소 100원에서 최대 400원 인상되며, 전체 평균 인상률은 약 2.8%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KFC가 가격 인상에 나섰다. 대표 메뉴인 징거세트 가격은 7800원에서 7900원으로 올랐다. 오리지널 치킨, 핫크리스피 치킨, 핫크리스피 통다리 1조각 가격 역시 각각 300원 인상됐다.
버거만이 문제가 아니다. 업계에서는 커피 가격 인상 도미노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1위 스타벅스가 가격을 올리면서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 2일부터 음료 가격을 조정했다. 2022년 1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카페 아메리카노 그란데(473㎖)와 벤티(591㎖) 사이즈 가격은 각각 300원, 600원씩 올랐다. 반면 숏(237㎖) 사이즈는 300원 내렸다.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카페 아메리카노 톨(355㎖) 사이즈 가격은 유지하기로 했다.
문제는 또 있다. 장마 이후 폭염이 이어지면서 밥상 물가가 또 들썩이는 모양새다. 추석을 앞두고 서민들의 고충이 날로 깊어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3(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올랐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에서 2월과 3월 3.1%로 올랐다가 4월(2.9%)부터 계속해서 2%대에 머무르는 중이다. 다만 6월 기준 2.4%까지 둔화하며 3달 연속 낮아지던 물가는 지난달 0.2%p 상승하며 하락세를 끊어냈다.
물가 상승을 견인한 주요 항목은 농산물이다. 축산물(2.2%)과 수산물(0.9%)의 물가 상승은 크지 않았지만, 농산물이 9.0% 상승하며 농축수산물 전반 물가를 5.5% 끌어올렸다. 연초에 비해 공급과 작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신선식품류는 7.7%의 상승률을 보였다.
과일 가격 강세도 계속됐다. 사과 가격은 39.6%, 배 가격은 154.6% 올라 통계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상 이변이 즉시 작황에 영향을 미치는 상추(57.2%)와 시금치(62.1%), 배추(27.3%) 등 채소류의 오름세도 무섭다.
김수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imk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