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모양

삶의 내밀한 부분들을 가감 없고 솔직하게 텍스트로 풀어내는 이석원 작가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읽고 난 후에 더 많은 생각과 여운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이야기에 더욱 매료될 수밖에 없다. 신간 소식이 들리는 날이면 무조건 서점으로 가 1쇄로 나온 책을 손에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덕후 기질이 발휘될 정도다.
이석원 작가가 작년 연말, 새로운 산문집을 선보였다. 제목은 ‘슬픔의 모양’. 띠지에 쓰인 ‘가족’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띄었다. 그동안 주로 ‘나’의 이야기를 들려줬던 작가가 40대 중반이 되어 들려주는 ‘가족’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나와 꼭 닮은 가족 간의 이야기다.
책은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신 날에서 시작된다. 아들로 등장하는 석원은 이 일로 인해 하루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매일 밤 부모님이 사시던 근처 아파트를 찾아가 불 꺼진 빈방을 올려다보며 묘한 안도감을 느끼곤 했었는데,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된 것이다.
다정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없던 아버지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다정한 방식으로 가족들과 소통하기 시작했고, 아픈 아버지 대신 누나는 가족의 리더가 됐다. 아버지가 어떻게 해서든 병원에서의 비참한 모습이 아닌 평범한 일상 안에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 했던 나는 갈등의 중심이 된다. 그래도 가족은 항상 곁에 있었다.
“내게 가족이란 늘 행복한 지옥이거나 지옥 같은 천국 둘 중 하나였다. 내가 아는 한 한 번도 중간은 없었다.” 이 문장에서 느낄 수 있듯 작가는 미워할 수만은 없는, 꼭 내 가족 같은 기시감이 드는 한 가족의 다양한 얼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별이라는 슬픔의 순간 대신, 그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과정 사이에 존재하는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알아가는 마음. 이번에도 그랬다. 이석원 작가의 이야기는 주제를 불문하고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독자에게 담백한 위로와 응원을 불어넣어 준다. 그래서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난 또 1쇄를 손에 넣으러 서점으로 달려갈 것이다.
교보문고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김다영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