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보고서

한편으로는 이들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도 많다. 하나에 푹 빠져서 주변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외골수의 모습을 하고 있거나, 괴팍한 성격에 대인관계가 원만치 않고 극소수의 사람하고만 교류하는 모습으로 흔히 그려진다. 과연 그럴까?
파블로 피카소, 프리다 칼로, 토머스 에디슨, 존 레넌, 마이클 잭슨, 미야모토 시게루 등 내로라하는 천재들의 생애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특질을 추출해 심층적인 분석 결과를 내놓은 책이 있다. 올 초 출간된 ‘천재 보고서’는 심리학자 스콧 배리 카우프만과 저널리스트 캐럴린 그레고어가 함께 쓴 책으로 “천재는 과연 타고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종국엔 천재들의 비밀코드 10가지를 밝혀낸다.
가장 먼저 주목할 부분은 천재들이 성취한 창의적인 업적이, 단 한 가지 일에만 오래도록 천착한 끝에 이뤄냈다기보다는 여러 관심사를 넘나들며 갖가지 일을 벌인 뒤에 그러한 결과를 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사실이다. ‘어수선한 작업’이라고 명명되는 이 창의적 과정은 다양한 흥미, 영향, 행동, 특성, 아이디어를 통합하는 천재들의 특징이다. 최초의 흑인 발레리나 ‘검은 비너스’ 조세핀 베이커는 가수, 배우, 댄서, 레지스탕스, 인권운동가로도 활발히 활동했다.
또 하나 잘못된 통념 중 하나는 창의성이 발현되는 두뇌의 특정한 부위가 있으며 그것은 좌뇌보다는 우뇌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바로 단언을 내린다. 창의적 과정은 뇌 전체를 활용한다고. 창의는 인지와 감정 모두를 활용해 뇌의 각 영역이 참여해 함께 협력하여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뇌 전체 또는 일부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하는 데 능숙하다. 일견 모순돼 보이는 인지적이면서도 감성적이고, 계획적인 동시에 즉흥적인 사고와 행동을 일시에 또는 전환하며 수행하는 과정이 자유자재로 이루어진다.
천재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저서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여러 학문에서 전개된 연구 업적에 힘입은 바가 크다. 1950년대 이후 본격화된 창의성 연구는 1990년대까지 약 9000건이 나왔고, 2000년대 들어서는 첫 10년 만에 1만 건에 달했다. 심리학, 생물학, 사회학, 인지과학, 조직학을 비롯해 경제학, 교육학, 예술학 등 인간의 육체와 정신의 메커니즘을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면서 남다른 발상으로 뛰어난 성취를 보이는 특출난 소수가 출현하는 요인과 배경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책에서는 고도로 창의적인 사람들의 10가지 특징을 △상상 놀이 △열정 △공상 △고독 △직관 △경험에 대한 개방성 △마음 챙김 △민감성 △역경을 유익한 기회로 바꾸기 △다르게 생각하기 등으로 열거한다. ‘슈퍼 마리오’ ‘젤다의 전설’ 등 길이 남을 게임을 창조한 미야모토 시게루는 상상 놀이의 대가였고, 존 레넌은 공상을 통해 위대한 명반을 창조하는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 대다수의 범재들은 왜 천재들에 관한 이야기에 주목해야 하는 걸까? 바로 창의성은 천재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어느 누구나 창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을 고도로 높여간 천재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우리도 각자 창의성을 찾아내고 길러내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양준영 교보문고 eBook사업팀 과장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