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설비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일부 생산라인이 지난 2일부터 순차적으로 재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체 29개 생산라인 중 고용노동부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8개 라인과 사고 인근 2개 라인을 제외한 19개 라인만 가동에 들어가면서, 생산 차질에 따른 실적 충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화공장은 지난달 19일 안전사고 발생 직후 공장 전체 가동을 자발적으로 중단했다. 이후 고용노동부가 사고 발생 라인과 유사 설비를 보유한 8개 라인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고, 경찰 등 관계기관과 함께 경위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시화공장은 SPC삼립의 주력인 베이커리(Bakery) 부문에서 양산빵을 중심으로 생산을 담당해온 핵심 생산기지다. 유통 부문을 제외한 전체 매출의 약 26%가 시화공장에서 발생하며 하루 생산실적액은 12억 원 수준이다. 이 중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라인의 생산분만 약 3억 원에 달한다.
실제 SPC삼립의 베이커리 부문은 연결 영업이익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수익기여도가 높은 사업부다. 회사는 일부 생산을 계열 및 협력사 공장을 통해 대체하고 있지만, 가동률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신평은 SPC삼립의 재무적 대응 여력은 일정 수준 확보돼 있다고 평가했다. 2022년 이후 수익성 개선,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 부담 완화, 보수적 투자 기조 등을 통해 순차입금은 꾸준히 축소돼왔다. 2025년 3월 말 기준 순차입금/EBITDA 비율은 1.8배, 부채비율은 163.2% 수준이다.
한신평은 “단기적으로는 강화된 재무완충력이 실적 저하 영향을 일부 상쇄하여 줄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다만 사고 영향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손실 규모와 더불어 재무안정성 지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는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SPC삼립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수준과 ESG 대응 역량이 본격적으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향후 사고 조사 결과와 함께 고객 이탈 여부, 안전점검에 따른 추가 투자 비용 등도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SPC삼립의 한국신용평가 신용등급은 ‘A+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