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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美가 새 홈그라운드…글로벌 온라인 매출 절반이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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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美가 새 홈그라운드…글로벌 온라인 매출 절반이 미국

중국 비중 52%→23% 급락
유럽은 3%→11%로 ‘조용한 급부상’
아모레·LG생건, 설화수·라네즈·후·숨37 앞세워 북미·유럽 채널 재편
서울의 한 올리브영 매장에서 외국인들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의 한 올리브영 매장에서 외국인들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뷰티가 사실상 ‘탈중국’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 내수 침체와 C뷰티(중국 화장품)의 거센 추격이 겹치면서, 한국 뷰티 기업들이 과거의 ‘중국 중심 전략’에서 빠르게 벗어나 북미·유럽을 축으로 한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K뷰티 글로벌 온라인 판매액은 23억7000만달러다. 이 가운데 미국이 12억달러로 전체의 51%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에 올랐다. 작년 중국을 제친 데 이어 올해는 격차를 더 벌린 셈이다.

반면 중국 비중은 급격히 줄었다. 2023년까지만 해도 K뷰티 온라인 판매의 52%를 중국이 흡수했지만, 올해 1~3분기에는 23%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업계는 중국 내 C뷰티 경쟁 심화와 소비자 선호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유럽 시장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판매액 비중은 11%로 2022년(3%) 대비 세 배 이상 확대됐다. 영국·독일이 주요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K뷰티 대표 기업들은 2025년 들어 글로벌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오프라인 유통망을 축소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재정비하는 한편, 북미·유럽에서 설화수·라네즈·이니스프리를 앞세워 채널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단일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북미·유럽 중심의 글로벌 포트폴리오로 이동하는 과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설화수는 세포라를 중심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채널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라네즈는 ‘립 마스크·수분크림’ 등 베스트셀러 제품을 앞세워 미국·유럽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클린뷰티·비건 콘셉트를 강화해 미국 MZ세대를 중심으로 재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올 3분기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개선된 것은 이러한 북미·유럽 중심 전략의 효과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LG생활건강도 중국 외 채널을 적극적으로 재정비하며 일본·북미 온라인을 확대하고, 프리미엄·더마 라인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후·숨37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아시아, 특히 일본 백화점 채널에서 노출을 넓히는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CNP·빌리프 등 더마·기초 브랜드는 북미·일본 온라인몰에서 고객층을 확장하고 있다.

마케팅 전략도 탈중국 흐름을 탔다. 도우인·샤오홍슈에 기대던 예전과 달리, 틱톡·아마존·세포라 등 북미 플랫폼에서 임상 데이터와 피부 개선 후기를 앞세우는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 에이피알, 달바 등 인디 브랜드들은 매출의 20% 수준을 광고비로 배정하며 틱톡·아마존을 통해 글로벌 확장을 가속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K뷰티가 더 이상 중국 단일시장에 묶여 있지 않다”며 “프리미엄·더마·임상을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 전략과 북미·유럽 중심의 채널 확장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경쟁 구도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황효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oju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