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현지시간으로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투자 확대 등을 조건으로 한국산 소비재에 대한 관세율을 15%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된다.
관세율이 완화됐다고는 하나, 새롭게 발생하는 비용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은 가격·수익성·유통 전략 전반의 재정비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미국 내 생산기지를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삼양식품의 경우,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80%에 이르고 북미 시장도 중요한 판매처다. 하지만 미국 내 생산설비는 없는 상태다. 현재 수출 물량 대부분은 경남 밀양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어 관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김치 수출 강자인 대상도 일정 부분 관세 부담을 안게 됐다. 대상은 2022년 미국 LA 인근에 ‘종가’ 김치 공장을 설립하고, 작년에는 현지 식품기업 ‘럭키푸즈’를 인수해 북미 생산역량을 늘려왔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미국 내 판매 물량 중 절반 이상은 여전히 한국에서 수출되고 있어 관세 영향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대상은 이에 따라 LA 공장의 생산라인 증설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통망 효율화와 국내 원가 절감 등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K-뷰티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기업들은 북미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 고정비 증가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지 리테일 파트너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다양한 대응 전략을 마련 중”이라며 “가격 인상 등의 조치도 검토 가능하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프로모션 정책 재조정, 포트폴리오 운영 전략 변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함께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단가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중소 인디 브랜드들의 고민은 더 크다. 아마존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미국 시장을 공략해온 이들 브랜드는 마진이 낮은 구조인 만큼, 관세 인상분을 흡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경쟁력 약화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K-푸드와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쌓아온 브랜드 충성도를 감안하면, 일정 수준의 가격 인상은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특히 불닭볶음면이나 종가집 김치처럼 충성도 높은 제품군은 기존 고객층을 중심으로 꾸준한 판매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