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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유통 결산] 글로벌 진출은 필수…‘K-푸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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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유통 결산] 글로벌 진출은 필수…‘K-푸드 질주’

삼양 ‘불닭’ 시총 10조·해외비중 80%…글로벌 체질 전환
농심 ‘케데헌’ 협업 완판…콘텐츠가 키운 K-라면 수요
김치·소스까지 확장…2026년 관건은 생산·물류 현지화
농심 '케이팝 데몬 헌터스' 협업 패키지 상품. 사진=농심이미지 확대보기
농심 '케이팝 데몬 헌터스' 협업 패키지 상품. 사진=농심
2025년 식품업계는 인구 절벽과 소비 침체라는 내수 시장의 한계를 ‘글로벌 영토 확장’이라는 정공법으로 돌파했다. 고환율 부담과 수입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구조 탓에 국내 수요만으로 성장을 이어가기 어려워지면서, 식품업계의 글로벌 진출은 사실상 필수 과제가 되었다. 그 중심에는 단일 브랜드로 글로벌 수요를 끌어낸 삼양식품의 ‘불닭’이 있었다. 특히 올해는 메가 히트 콘텐츠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과 맞물려 K-푸드의 위상이 단순한 ‘식품’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확장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올해 식품업계의 가장 상징적인 성과는 삼양식품에서 나왔다. 불닭볶음면의 수출 확대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올해 식품업계 최초로 시가총액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2024년 초 20만원대였던 주가는 불과 1년여 만에 3배 가까이 치솟으며 ‘황제주’ 반열에 올랐다.

글로벌 실적도 호조다. 삼양식품의 2025년 누적 해외 매출은 이미 1조3000억원을 넘어섰고, 연간 기준으로는 사상 첫 ‘해외 매출 2조원’ 돌파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80%를 넘어서며 사실상 글로벌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이 빠르게 진행됐다는 평가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으로는 불닭을 단순 유행이 아닌 ‘챌린지 문화’로 확장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양식품은 전 세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밀양 제2공장 가동 시점을 앞당기는 등 수출 중심의 생산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불닭 브랜드는 2012년 출시 이후 2025년 들어 누적 판매량 80억개 돌파 소식도 전해졌다. 불닭이 단일 상품을 넘어 소스·스낵 등 파생 제품군을 키우면서 해외 소비 접점이 넓어진 점도 성장의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무역의 날’에서 식품업계 최초로 ‘9억 불 수출탑’을 수상한 점 역시 해외 수요 확대 흐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양식품이 불닭으로 선봉에 섰다면 농심은 글로벌 콘텐츠와의 시너지로 주목을 받았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데헌’ 속 캐릭터들이 한국 컵라면을 즐기는 장면이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K-라면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빠르게 번졌다.

농심은 케데헌 협업 한정판 신라면 세트를 선보였고, 사전 예약 판매 개시 1분 40초 만에 준비 물량을 완판시키며 콘텐츠의 파급력을 확인했다. 농심은 이를 발판으로 북미와 유럽 내 메이저 유통 채널인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관련 지표가 개선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라면뿐 아니라 다른 식품군도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대상은 미국 현지 공장을 중심으로 김치 현지화에 속도를 내며 서구권 매출을 전년 대비 25% 이상 끌어올렸다. 빙그레도 주력 제품인 메로나의 북미 시장 성과를 확대했고, 바나나맛우유를 포함한 해외 매출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전체의 30%를 넘어섰다.

CJ제일제당 역시 ‘비비고’를 앞세워 만두에서 소스류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케데헌 등 K-콘텐츠 노출 효과가 이어지면서 고추장, 쌈장 등 한국식 소스 매출이 유럽에서 40% 이상 성장하는 등 K-푸드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5년은 유통업계의 성공 공식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드러낸 한 해였다. 2026년에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현지 생산 기지 확대와 물류망 고도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 한국 식품 기업의 무대는 글로벌 시장으로 넓어졌다”며 “해외 판로를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 현지화 역량이 실적에 영향을 미칠것”이라고 말했다.

황효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oju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