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과 OECD는 우리나라를 ‘물 스트레스(water stress)’ 국가로 분류했는데 산업화에 따른 지표수 오염과 가상수(virtual water)를 통한 물 교역 증가가 그 원인이다. 팔큰마크의 물 스트레스 지표(Falkenmark water stress Indicator)는 연간 1인당 1700㎥ 미만의 물이 공급될 때, 해당 국가 및 지역은 물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정의했다. 가상수(Cyber Water)란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총량을 말한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지난해 ‘지구생명보고서’를 통해 환경오염이 지속될 경우 2050년 인류의 51%가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겪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도 2050년에 물 부족 피해를 입는 인구가 24억30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이미 인간은 워터 버블(water bubble) 속에 살고 있다고 했다. 현재 기후재앙으로 6억1600만 명이 넘는 지구촌 어린이들이 건강, 복지, 그리고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
아프리카 분쟁의 주요인은 ‘물’이며 예멘과 시리아의 분쟁은 물론 강을 차지하려는 터키 패권주의로 인해 이라크·시리아도 몸살을 앓고 있다. 나일강을 끼고 분쟁이 심화되는 에티오피아와 이집트, 그리고 물 부족으로 예멘·시리아 분쟁도 격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해결되지 못한 큰 과제는 메콩강을 둘러싼 6개국의 갈등이다. 인도차이나 반도 5개 국가의 농어민이 메콩강에 의지해 생존하고 있는데 중국이 ‘란창강 수력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메콩강 상류인 란창강에 댐들과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당연히 하류는 물의 고갈로 인해 하천 담수화, 농업생산성 감소 등이 발생해 분쟁의 씨앗이 되었다. 중국은 메콩강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도 무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를 초래할 만리장성 규모의 ‘100년 프로젝트’는 ‘히말리야 저수조 사업’인데 타국으로 가는 물길을 막게 되어 우려된다.
히말리야와 연결된 고도 4000km 높이의 병풍 같은 티베트 지역의 지하에 거대 물탱크를 구축해 그 물길을 중국 내 위그루 사막으로 연결해 그린 초원으로 만들 계획이며 또 하나의 물길은 황허강 방향으로 뚫기 때문에 메콩강은 자연스레 메마른 강이 될 것이다.
한편, 중국의 14차 5개년 프로젝트로 2025년 말 준공을 목표로 진행되는 사업인데, 물이 넘쳐흐르는 양쯔강의 물길을 황허강으로 연결시키는 거대 운하사업이 완성되면 수심이 깊어져 1만 톤급 화물선의 통행이 가능해진다. 중국 전체 물류의 20여%를 차지하는 현재 양쯔강의 화물 트럭의 물류비와 비교할 때 새로 뚫은 물길을 이용한 화물선 물류비는 52분의 1로 저렴해진다. 이렇듯 중국의 만리장성급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우리 정부는 한국이 입는 피해를 간과하고 있다. 가령 양쯔강-황허강 연결사업으로 물길이 다양한 강으로 연결, 한국의 서해안으로 쏟아질 경우 현재 서해안의 생태계 파괴가 예견된다.
국제적 물 분쟁 해결을 위해서 기본적인 법률적 해석과 함께 사용 가능한 물의 총량에 대한 공학적 해석, 즉 우선 수리권을 고려한 모델(Water Rights Analysis Model), 자연순위에 기반한 HEC-ResSIM 등 ‘하천/저수지’ 모델을 이용한 물 공급 가능 및 기간 신뢰도 등의 지표를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물 분쟁의 경우도 현재의 법률적인 해석과 함께 지역별 사용 가능한 물의 총량과 공급 가능한 물에 대한 공학적 모델 적용이 필요할 것이다.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