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ESG 워치] 국가ESG 전략 향한 COP27의 선진국 vs 개도국

글로벌이코노믹

ESG경영

공유
0

[ESG 워치] 국가ESG 전략 향한 COP27의 선진국 vs 개도국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이미지 확대보기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
​2022년은 제3차 세계대전의 그림자로 침울한 가운데 전 세계 곳곳이 폭염, 가뭄, 산불, 폭우, 홍수 등 재해를 당하면서 ‘기후 위기’를 넘어 ‘기후 지옥’을 체험했던 한 해였다. 소용돌이치는 환경을 헤치고 지난 11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는 198개 당사국과 산업계, 시민단체 등 무려 3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무사히 막을 내렸다. 올해 심각한 재해를 겪었기 때문인지 COP27에서는 최초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가 정식 의제로 채택되었다. 이른바 ‘손실과 피해’는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비경제적 손실을 뜻하며 해수면 상승, 홍수, 가뭄 등에 의한 인명피해나 이재민 발생, 시설 파괴, 농작물 피해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이슈에서 늘 그렇듯이 ‘기후재원(Climate Finance)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주제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최대 쟁점이 된다. 작년 COP26에서 2020년부터 2050년까지 연평균 1000억 달러(약 12조30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합의했으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반대로 ‘손실과 피해’의 기금 문제는 제외됐다. 이번 총회 또한 불안하게 출발했다. 올해 11월 6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55개국은 지난 20년 동안 발생한 기후 재앙으로 5250억 달러(약 705조원) 상당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됐다. 개도국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명시한 지원 요청액은 2030년까지 무려 5조8000억~5조9000억 달러(약 7700조원)에 달한다. COP27 기간 내내 개도국은 “보상을 지연하는 것은 잔인하고 부당하다”고 비난했고 선진국은 맞대응, 저항하면서 최종 합의문은 당초 예정된 폐막일(11월 18일)을 이틀 넘겨서야 겨우 채택할 수 있었다.

‘샤름 엘 셰이크 이행계획(Sharm El-Sheikh Implementation Plan)’의 합의문에서 "COP총회 이래 처음으로 ‘손실과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 조달이 성사된 것을 환영한다"의 내용같이 가장 취약한 개도국을 위한 ‘손실과 피해 기금(Fund)’ 창설은 COP27의 가장 큰 성과가 됐다. 따라서 2022년 COP27의 결실은 당초 '글래스고 기후합의'(COP26)보다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지만 ‘감축 작업 프로그램' 운영, 전 지구적 적응 목표 달성을 위한 프레임워크 설치 등 세부사항도 합의되어 상당히 진전된 결과를 도출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사이먼 스티엘(Simon Stiell)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은 매우 피곤했으나 이제부터 손실과 피해 보상금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뻐했다. 이로써 COP 총회가 세계적인 신뢰를 회복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등한시됐던 개도국은 자국의 의견이 존중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편, 세계적인 에너지 및 인플레이션 위기 속에서 각국 정부의 관심이 분산된 현실에서 “이번 이집트 총회는 승리로 끝날 수 있었지만, 결국 실패로 평가될 것”이라는 혹평도 쏟아졌다. 개도국인 브라질, 인도, 중국이 기후금융 지원 의무에서 제외된 채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완벽히 해결되지 못했다. 이번 합의문에 추가된 '저배출(low-emission)'이란 문구는 지난해 COP26 글래스고 회의로 회귀한 것뿐, 가장 중요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한 야심은 이루지 못했다고 공격당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행동분석 기관인 '기후행동트래커(CAT)'가 제출한 유엔 자료에서 기후 리더였던 영국·EU와 대부분 국가는 탄소배출량 감소 기준을 상향해 유엔 NDC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총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집트 정부가 환경운동가 시위를 통제하면서 ‘그린 워싱’이라고 비판받았다. 특히 ‘국가 지도자의 기후변화 리더십’은 COP의 핵심인데 리시 수낵(Rishi Sunak) 신임 영국 총리는 COP27에 불참 결정을 번복했을 뿐만 아니라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겠다는 기존 약속을 철회해 ‘위태로운 기후 리더’라고 꼬집혔다. 미국은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한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며 크게 도약했으나 동맹국이나 개도국을 고려하지 않아 비난받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은 미국·호주·중국·브라질인데 호주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43% 감축’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제출했으나 그 내용은 그동안 상실했던 기후 행동을 만회했을 뿐이라는 평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는 국가 원수, 장관, 협상가, 기후 활동가, 지방자치단체장, 시민사회 대표와 CEO들이 결집해 기후 대응에 관해 논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회의로, 선진국과 개도국의 파트너십을 통해 국가 간 새로운 연대를 추구할 수 있다. 올해 우리나라는 대통령 특사의 특별 연설을 통해, 기술 혁신을 통한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피력했다. 무엇보다 UNFCCC 사무국 및 관련기구 직위(132석)에 대한 선거에서 우리나라는 △적응기금이사회(AFB) 이사 재임 △재정상설위원회(SCF) 위원(기재부 녹색기후기획과장) 진출이 확정되어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기후 리더십’을 발휘할 기반을 마련했다.
ESG전략 혁신은 정부의 조치와 사람들의 행동의 합일에 의한 순환을 통해 전체적인 이익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Major Emitter)로서 이미 G20 회원국이자 고소득국가(HIC)의 주요 경제국(Major Economics)으로 더 이상 개도국 지위에 머물기 어렵다. 우리의 주요 과제는 ‘기후 위기로 위태로운 빈곤 국가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가’라는 것인데, 국격에 맞는 재원 공여가 핵심이 될 것이다. 이제 파리협정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감축, 적응, 손실 및 피해, 재원, 기술, 역량 배양 등 핵심 과제뿐만 아니라 에너지, 해양, 산림, 농업 등 전방위적 분야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비당사국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행동을 촉구해야 한다. 현재야말로 기후 대응과 ‘기후 정의’를 통해 ‘신뢰자본’을 축적할 기회이며 이전부터 감성적 ‘매력자본’을 축적했던 그린 ODA 사업을 확대해 개도국의 녹색 전환을 이끄는 ‘국가 리더십’을 발휘할 시점이다.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