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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국가ESG 시대 '칩 전쟁의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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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국가ESG 시대 '칩 전쟁의 영웅들'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
오늘날 반도체는 일상생활에 깊이 스며들어 산업·경제·정치·외교·안보의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칩 전쟁(Chip War)’의 저자 크리스 밀러(Chris Miller) 교수는 국제정치·경제안보·외교사적 접근을 통해 최첨단 반도체가 패권 경쟁의 핵심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이제 반도체는 반드시 확보해야 할 패권 전쟁의 전략 물자가 된 것이다.

인공지능 반도체가 탑재된 컴퓨팅 파워는 차세대 군사시스템의 질적 향상에 기여한다. 최근 지정학(地政學) 중심이었던 글로벌 패권이 ‘기정학(技政學·tech-politics)’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인기가 더해져 반도체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여기에 격화되는 미·중 반도체 전쟁은 점입가경으로 새로운 세계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미국 주도의 질서를 뛰어넘고자 ‘반도체 굴기’를 표방, ESG에 기반한 스마트 인프라 구축에 성공하면서 양쯔메모리(YMTC)·창신메모리(CXMT) 같은 반도체 기업도 배출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첨단기술 추격을 늦추기 위해 미국 내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하고자 과학 산업에만 총 2조8000억 달러(약 366조원)를 투자하는 ‘칩스법’을 통과시켰다. 요컨대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보조금 390억 달러(약 52조원) △연구 및 노동력 개발 110억 달러(약 15조원) △국방 관련 반도체칩 제조 20억 달러(약 2조원) 등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는 금액만 총 520억 달러(약 69조원)에 달한다. 반도체 산업은 특히 ‘국가·기업·기술·국제공조’ 등 다차원적 협력 관계가 요구되므로 미국의 주목적은 한국 및 대만의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해 자국으로 유치하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이 한·미 정상회담과 미·일 정상회담, G7 정상회의에 이어 작년에 결성한 인도·태평양 경제협의체(IPEF) 등 동맹국과의 결속으로 바빴던 이유도 반도체에 기인한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는 인도·호주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우스’ 같은 일부 신흥 경제국도 초청됐다.

또 IPEF에서는 공급망 공조를 선언했듯이 다분히 경제안보와 실리외교에 기반을 둔다. 중국은 ‘G7 정상회의’에 대응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을 초청해 실크로드 출발점인 '시안'에서 웅장하게 개최, 맞불을 놓았던 기저도 반도체 패권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반도체 수출(2002)은 약 170조원으로 정부예산 638조원의 약 4분의 1에 달하며 수출의 20%를 차지해 ‘반도체가 한국을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대기업과 협력사에 맡겨놓은 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 지원책이 없었는데 최근 K-반도체법 일부가 통과되어 다행이나, 급변하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국이 고민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극도로 치달았던 미·중 반도체 대결이 ‘G7 정상회의’ 이후 기조가 바뀌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에 반도체를 제조하는 ‘반도체 인사이드(Chip Inside)’가 핵심 사업인데 대중국 규제는 △인플레이션감축법 △첨단기술 대중국 수출규제 △반도체법 △중국산 통신장비 수입규제 등이다. 미국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 자체 역량 및 안전하고 탄력적인 공급망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며 “중국과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과 다양화(diversifying)를 지지한다”고 기존의 톤을 완화했다. 실제 중국과 극한 경쟁에 치달았던 지난해에도 미·중 간 교역 규모는 사상 최대인 6906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의 값싼 공산품이 미국으로 유입되어야 미국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때문인데 중국과는 선별적 ‘탈동조화’와 개방적 소통을 병행하면서 극한의 충돌을 완화시킬 것 같다.

둘째, 1980년대 일본 반도체 산업을 죽였던 미국이 일본 반도체 부활에 앞장서고 있다. 2022년 ‘미·일 반도체 동맹(Chip4)’을 결성하면서 한국을 제외하고 미·일 양국의 기업·대학이 반도체·양자컴퓨터 등과 관련한 첨단교육·연구 협력을 확대한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일 관료와 대학 총장 등이 교육·기술 개발에 총 2억1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협력각서’를 체결했다.
이로써 향후 5년간 6000여만 달러를 투자해 첨단교육 커리큘럼을 마련해 연간 5000여 명의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이 도호쿠대·버지니아공대 등 양국 11개 대학과 제휴한다. 이미 토요타와 소니, 소프트뱅크, NEC 등 일본의 8개 회사가 일본에 설립한 ‘라피더스 협업체’는 미래 전기차 이미지에 부응하는 소프트웨어·문화를 포괄하는 토털디자인을 기획, 일본 최고의 40나노 공정을 넘어 2027년까지 2나노 공정에서 생산한다고 선포했다. 한국도 명품을 향한 ‘Made in Korea’ 생태계 구축에 고민해야 할 것이다.

셋째, 중국의 국민총소득(GNI)은 2001년 미국의 13% 수준에서 2021년 75% 수준까지 추격한 상태로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61%가 아시아에 있고 미국은 26%에 불과하다. 중국이 사회주의 특유의 국가 역량을 동원한다면 10~15년 안에 국산화도 가능해 우리는 세계 최대 수요처를 잃을 수 있다.

넷째, 기술력 경쟁에 기반을 둔 반도체 산업은 인재가 영웅인 산업으로 미래의 양병으로 최소한 4만 명 이상을 키워야 한다. 이는 우주·방산으로 확대해 ‘슈퍼을’ 소부장 기업 200곳을 키울 수 있으며 네덜란드의 ASML같이 대체 불가능한 ‘슈퍼을’ 장비산업을 구축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 ASML은 1분기 순이익이 180% 증가, 올해 매출 25% 성장을 기대할 정도다.

그러나 한국의 대졸자가 1년에 53만여 명인 데 반해 중국은 1158만 명으로 그중 절반이 공대생이라 경쟁하기 벅찬 편이다. 특히 중국은 국내외적으로 ‘1000인 계획’ 혹은 ‘천재소년 계획’을 통해 박사학위 소지자 및 SCI 논문 게재자에게 파격적인 급여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일의 균형과 쾌적한 환경을 선호하는 MZ세대에게 매력적인 공장의 스마트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싱가포르가 구축한 ‘쑤저우 공장’은 환경친화적 쾌적한 디자인의 스마트시티 조성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혜주 국가ESG 연구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