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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ENS 기업어음 사건, '은행 vs 피해자' 구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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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ENS 기업어음 사건, '은행 vs 피해자' 구도로

KT, "투자자 피해와 직접 관련 없다"며 발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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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부종일 기자] KT ENS 기업어음 사건이 '은행 대 KT' 갈등에서 '은행 대 피해자' 구도로 변화하고 있다. 은행들이 KT에 지급보증을 요청했지만 KT가 거부하면서 피해자들이 은행들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기업은행은 KT ENS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유동화전문회사가 매출채권, 리스채권, 회사채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을 매입한 고객 10여명과 비상대책위원장인 이상진 부행장 등 임원 2명 및 실무진 등과 함께 피해회복 대책에 대해 간담회를 열었다. 결과는 피해고객들의 불만만 키웠다. 은행 측이 '기다리라'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종전의 입장만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피해자들이 은행 측에서 설명회를 열어달라는 요구에 대해 '계획이 없다'고 일축하는 것을 두고 피해자들의 집단행동을 경계하기 때문이란 풀이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피해자와 KT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판매책이다. 판매하는 데 있어 불완전판매 등이 있으면 개선을 할 것"이라면서도 "믿고 맡긴 고객들에게 정상적으로 돈을 돌려주기 위해 KT에 지급보증을 서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 은행들은 KT ENS가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KT가 지급보증을 해주면 KT ENS가 추진하던 태양광 신재생사업을 재개할 수가 있어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KT측은 ABCP를 KT ENS가 발행한 것이 아니라 SPC가 발행하고 KT ENS가 지급보증을 선 것인 만큼 투자자 피해와 KT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은행들이 요구하는 도덕적으로 책임을 지라는 요구에 대해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은행들도 면책될 수 없다. KT ENS의 신용등급을 너무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법정관리 신청 이전에 KT ENS의 신용등급을 평가했다면 애초에 KT의 지원 가능성을 낮은 수준으로 봤을 것이라고 밝혔다. KT ENS가 모기업인 KT 지원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국내 신용시장에서 상당히 높은 등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어떻든 피해자들은 은행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KT ENS 기업어음 사건이 '은행 대 KT'가 아니라 '은행 대 피해자' 대결 구도로 불똥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