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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최순실 블랙홀' 은행권 CEO 인사도 영향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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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블랙홀' 은행권 CEO 인사도 영향권

(왼쪽 위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이미지 확대보기
(왼쪽 위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글로벌이코노믹 공인호 기자] 불과 한달 전만 해도 무성했던 국내은행 CEO 인사와 관련된 하마평이 '최순실 정국'으로 급격히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농협은행 등이 '최순실 사태'에 따른 인사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은 가속화되는 레임덕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농협銀, 임종룡에 쏠린 눈…기업·수출입은행장 내부출신 기대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초 사업구조 개편을 앞두고 지난달 일괄 사표를 제출한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대표들은 최근 '최순실 사태'의 영향권에 들어선 모습이다.
우선 지난해 초까지 2년 가까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농협금융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이 나온다.

조선·해운 부실로 한 때 책임론이 불거졌던 이경섭 농협은행장의 경우 임 내정자의 농협금융 회장 시절 상무에서 부사장 승진하는 등 각별한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시기는 조선업에 대한 농협 여신이 집중됐던 해이기도 하다.

여기에 농협 금융계열사의 인사권을 갖고 있는 김용환 현 농협금융 회장 역시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및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임 내정자와 물밑 교감이 있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반기 대규모 손실을 냈던 농협은행이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점과 이 행장 임기가 채 1년이 안됐다는 점도 사표 수리 여부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달 27일과 내년 3월5일 임기가 각각 만료되는 권선주 기업은행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후임 인사에도 국면전환 조짐이 엿보인다.

통상 국책은행의 경우 차관급 인사가 하마평에 오른다는 점에서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현기환 전 정무수석을 비롯해 최상목 기획재정부 차관,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임 위원장이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뒤 최 차관과 정 부위원장이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거론되면서, 조준희 전 행장 이후 9년 연속 내부 출신이 기업은행을 이끌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립 이후 40년간 단 한차례도 내부출신 수장을 배출하지 못한 수출입은행도 최순실 정국 속 내부출신 은행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 이덕훈 행장이 관료 출신이 아닌 민간 은행장 출신이라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는 또다른 요인이다.

이 행장은 한국개발연구원을 거쳐 舊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및 우리은행장을 지냈고, 2014년 수출입은행장에 올랐지만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멤버라는 이유로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 KB금융 등 시중은행 반사이익?…우리은행 셈법 복잡

민간은행들 역시 최순실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종규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하고 있는 KB금융의 경우 최근까지 회장-행장 분리 가능성에 따른 '낙하산 행장설'이 불거졌지만,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이 가속화되면서 오히려 시름을 덜게 된 형국이다.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힘든 현 시점이 회장-행장 분리의 적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부 입김 없이 윤 회장이 원하는 구도로 경영진을 구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우리은행의 경우 셈법이 다소 복잡하다.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나는 이광구 행장의 연임 여부는 우리은행 매각 추진경과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일단 시장에서는 오는 11일로 예정된 본입찰 '흥행'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자칫 기대 이하의 결과로 이어질 경우 은행장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정부가 우리은행의 원활한 민영화를 위해 인사개입에 나서지 않겠다는 공언해온 만큼, 이 행장이 추가로 1년 이상의 임기를 보장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아직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야당의 인사청문회 거부로 금융위원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은행장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임 위원장이 우리은행 매각 관련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만큼 경영권 공백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신한금융지주의 한동우 회장을 비롯해 조용병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역시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 은행은 상대적으로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워 CEO 교체 및 인선 과정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한동우 회장 후임으로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2파전'이 유력시 되고 있지만, 한 회장의 인사 스타일에 비춰볼 때 기퇴직한 제 3의 인물이 후보군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미 권점주 전 신한생명 대표를 비롯해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이병찬 신한생명보험 사장, 민정기 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등 10여 명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실적개선 및 하나-외환 노조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함 행장은 별다른 복병이 없는 한 연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인호 기자 ihkong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