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중은행 희망퇴직자 약 4900명 육박
인력 선순환…눈물의 희망퇴직은 옛말?
인력 선순환…눈물의 희망퇴직은 옛말?

◇올해 시중은행 희망퇴직자 약 4900명 육박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장 먼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SC제일은행에선 지난 10월29일자로 496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이는 2015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만 42~50세 이상, 근속 기간 10년 이상인 직원들이 대상이었다.
지난 11월2월까지 명예퇴직을 실시한 농협은행에선 452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이 중 만 40세 이상 직원은 56명이었다. 소비자 금융 청산(단계적 폐지)에 나선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지난 11월10일까지 받은 희망퇴직 신청자는 2300여 명에 달했다.
국민은행에선 1월 말 약 800명이 그만뒀는데, 이는 전년(462명) 보다 1.7배 높은 수치다. 사상 처음 1년에 두 번째 희망 퇴직을 단행한 신한 은행에선 353명이 응해 전년(2500여 명)보다 약 100명의 은행원들이 짐을 쌌다.
우리은행에서도 2020년(326명)보다 141명 많은 467명이 지난 1월 말 희망퇴직 형태로 나갔다. 청산을 진행 중인 씨티은행의 희망퇴직까지 더해지면 올해 시중은행의 희망퇴직자는 4900여 명에 육박한다.
업계에서는 향후에도 주요 은행들이 오프라인 점포와 함께 인력 축소에 나서는 등 구조조정을 지속할 것으로 본다. 이런 가운데 은행원들 사이에서는 사 측이 우호적 조건을 제시할 때, 자발적으로 떠나는 게 더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일단 영업점을 찾는 고객 자체가 줄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비대면 거래 확산 등 영업 환경이 변화해 영업점 운영 효율성 등을 고려해 통폐합 또는 지점폐쇄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 선순환…눈물의 희망퇴직은 옛말?
금융권 인력 구조조정은 통상 실적 악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꺼내든 카드로 인식 돼 왔다. 반면 이번 희망퇴직은 은행들이 양호한 실적을 거둔 가운데 진행 중이다. 직원들에게 유리한 희망퇴직 조건을 내세울 수 있어 인력 순환의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은행들의 올해 희망퇴직 조건은 파격적이란 평가다. 씨티은행은 최대 7억 원 한도에서 정년까지 남은 월급을 100% 보상하며, 창업·전직 지원금 2500만 원도 추가로 준다. 제일은행은 최대 6억 원을 퇴직금으로 줬다. 부지점장급 직원이 희망퇴직시 5억 원 이상 받고 떠나는 현상이 고착화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은행권은 해마다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만 56세)을 기준으로 인력 감축을 시행했지만, 올해는 여느 때와 상황이 다르다. 사 측이 아닌 노조 측에서 먼저 나서서 희망 퇴직 적용 규모를 40대까지 확대하고, 조건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등 이례적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직원들이 떠나지 않아 퇴직금을 늘렸지만, 최근에는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조건이 좋을 때 받고 나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내부 승진 기회를 바라보느니 더 늦기 전에 인생 2막을 찾는 것이 더 낫다고 보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은행은 실적이 좋을 때 좋은 조건으로 직원들을 내보내 인력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새 출발을 원하는 직원들은 희망퇴직 기회를 활용할 수 있어 나름 경쟁이 치열해 '눈물의 희망퇴직'이란 말은 옛말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