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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직원 퇴사 행렬에 지방은행 왜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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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직원 퇴사 행렬에 지방은행 왜 웃을까

수도권 영업확대 절호의 기회
명퇴자 연령도 낮아져 채용 쉬워
지방은행들이 수도권 영업에 경험이 있는 경력직을 뽑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지방은행들이 수도권 영업에 경험이 있는 경력직을 뽑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방은행들이 수도권 영업에 경험 있는 경력직 뽑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웃돈'을 줘서라도 직원을 내보내는 상황인 반면에 지방은행들은 오히려 이들을 다시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사상 최대 실적…퇴직 은행원 1817명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에선 희망 퇴직이 계속되고 있다. 경쟁이라도 하듯이 수백에서 수천명씩 감축하겠다고 발표하고, 그 대상도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50대에서 40대로 연령층도 낮아졌다.

이같은 발표에는 특별퇴직금으로 몇 년 치 급여를 더 주고, 재취업 지원비, 건강 검진비, 자녀 학자금 등 이것저것 잘 챙겨주겠다는 조건이 붙는다. 금융권의 특별퇴직금은 억대는 기본이고 6억~7억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은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지만, 은행을 떠나는 인력 규모도 역대급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금융 전환에 따른 점포·인력 축소 등 은행의 요구와 은퇴를 서두르는 추세가 겹친 결과로 평가된다.

지난 2월 시중은행인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4곳만 해도 희망 퇴직 형태로 1817명이 떠났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6일 희망퇴직을 신청한 674명, 신한은행에서는 3~11일 신청한 250명이 각각 같은 달 21일, 17일 자로 짐을 쌌다.

또 신한은행에서 약 250여명의 직원들이, 하나은행에서도 400여명의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소비자 금융을 철수하는 한국씨티은행에서는 약 23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지난해 말 1980명이 은행을 나갔고, 올 상반기 중에도 추가로 희망퇴직이 단행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력 구조 조정의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희망퇴직으로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그 비용으로 IT 등 디지털 부문의 새 인재를 뽑아 인력 선순환을 시도하려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결국 이같은 은행권 분위기에 퇴직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이런 틈새를 지방 은행들이 비집고 들어가고 있다.

DGB대구은행, 경력자 채용으로 수도권 진출 확대


DGB대구은행은 지난 25일까지 퇴직 직원 채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영업 권역 확대를 위해 수도권 기업 영업 추진 전문 인력 공개 채용에 나섰다. 이번 공개 채용은 금융기관을 퇴직한 50 60 신중년 세대의 재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실버 세대 일자리 창출에 기여 코자 마련됐다.

지원 자격은 1금융기관 영업점장(지점장)을 2년 이상 했거나 (기술)신용보증기금 또는 지역신용보증재단 영업점장 경력이 2년 이상이 자 중 한 가지 요건을 만족시키면 된다. 이는 금융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생존 위기를 맞은 지방은행이 수도권의 영업 경험이 있는 시중은행 퇴직자를 차용해, 수도권 진출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성훈 대구은행장은 "최근 3년간 우리 대구은행과 함께한 수도권 기업 영업 전문 인력들이 우수한 역량을 바탕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며 "이번 4기 모집에도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지원해 대구은행과 함께 금융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동반 성장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닫혔던 공개채용 문 연 은행권…IT 인재만 뽑나


금융 서비스가 비대면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인원 줄이기에 나선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IT 관련 채용은 대폭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금융권 채용시장 분위기도 IT 전공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올해 채용을 시작한 시중은행을 포함해 카드사, 저축은행, 증권사 등 2금융권도 IT 관련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인기가 많았던 상경계·인문계 전공자에게는 금융권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주요 은행들은 상반기 일반 신입행원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채용 내용을 살펴보면 IT 관련 인재를 우대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가장 먼저 신입행원 공개채용에 나선 우리은행은 삼성에서 진행하는 IT 교육 프로그램 교육생을 우대한다.

정보처리기사 등 IT 관련 자격증 소지자도 우대 대상이다. 금융은 물론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해 IT를 배우면 가산점을 주기로 한 것이다. 우리은행이 IT 능력을 우대 요건으로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NH농협은행도 상반기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 돌입하고, 일반직과 IT 부문 포함 총 450명을 뽑는다. 모바일 앱을 통한 여·수신 수요가 늘면서 IT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한 인력 채용 확대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금융이 활성화 되고 있다. 각 은행들도 이 같은 시대 흐름에 발맞춰 인원수는 줄이는 대신 IT전문 인력을 늘리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지방은행들의 퇴직하는 시중 은행 직원 들을 겨냥한 인쿠르팅도 활발해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