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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보험사기와의 전쟁'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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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보험사기와의 전쟁' 선포

건보공단 · 유관기관 협조
‘공·민영보험 공동 조사 협의회’ 출범 적발 나서

최근들어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전문 브로커와 병원 등이 조직적으로 벌이는 보험사기가 횡행 하면서 금융당국이 보험사기와의 전쟁을 선포 했다.

하지만 유관기관 간 협력을 이끌어내는 컨트롤타워 부재에 전담 수사기관마저 준비가 안돼 보험사기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3월 ‘공·민영보험 공동 조사 협의회’를 출범시키며 보험사기 적발에 나섰다.

협의회는 대규모 보험사기 공동 조사를 위한 TF까지 구성하며 실손보험금을 허위로 청구하는 사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최근, 브로커 조직이 ‘의료광고법인’을 설립해 환자를 알선한 후 진료비를 부풀려 보험금을 타내는 사기방식이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금감원은 조직형 보험사기에 대한 수사를 적극 지원하고 이와 관련된 행정제재도 엄정히 부과할 방침이다.

생· 손보협회 역시 보험사기 잡기에 총력을 기울인다. 양 협회는 금감원과 함께 다음 달 31일까지 백내장 수술 보험사기 관련 특별신고 접수를 받는다. 4월부터 백내장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이 강화되면서 일부 안과들이 환자에게 수술을 과잉 권유하거나 렌즈삽입술을 시술 후 백내장 수술로 허위 진단서를 발행하는 사례가 급증한 탓이다.

보험연수원도 보험사기 방지를 위해 민·관의 노력을 지원코자 보험사기 조사 분야 전문가 육성에 나섰다. 실무경력 5년 이상 보유한 보험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보험조사분석사 같은 직무교육을 진행하고 인증서도 발급한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기 적발은 여전히 미미하다. 금감원이 지난 2019년 보험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보험사기로 인한 민영 보험사의 누수 추정액은 6조1500억원이다. 동 기간 경찰이 적발한 보험사기는 7302억원으로, 누수 추정액의 12%에 불과했다.

보험업계는 전적으로 보험사에 사기 단서 발굴을 전가하는 수동적 적발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검찰과 경찰청 내에 보험사기 범죄만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 경찰의 경우 다단계와 대출 사기 등 여러 경제범죄를 담당하는 지능범죄수사과가 보험범죄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보험사가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를 두고 사기 관련 자료를 수집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지만 심층조사에 한계가 있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기 수사는 전문지식이 필요해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며 “사기에 대한 포상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보험사 또는 금감원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도 수사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린다”고 말했다.

유관기관과 당국 간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할 컨트롤타워가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험사기를 근절하려면 금융당국과 보험사가 건강보험을 부정 수급한 환자와 이를 알선한 환자에 대한 정보를 조회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와 보건당국이 난색을 표하면서 정보 수집에 차질을 빚고 있다. 보건당국과 금융당국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보험사의 단편적 노력으로 보험사기를 잡아내는 형국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를 효과적으로 근절키 위해선 관련 기관들의 공조를 이끌 범정부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사당국과 보험업계, 건보공단 등 유관기관 전체가 참여하는 범정부대책기구 출범시 보험사기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유관기관 별 역할분담시 보험사기 적발에 더욱 시너지를 낼 것이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일각에선 범정부대책기구 신설을 골자로 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지난 1월 대표 발의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보험사기에 가담한 업계 관계자는 가중처벌되고 금융위는 보험사기 관련 자료를 병원과 건강보험공단에 요청할 수 있게 된다.

한편.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총 8개 제출됐지만 모두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에 발의된 4개 법안의 경우 현재 국회 정무위에 계류중이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