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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후원설 속 '수수께끼' 신카이라이…베일 벗은 中 반도체 장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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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후원설 속 '수수께끼' 신카이라이…베일 벗은 中 반도체 장비사

세미콘 차이나 전격 데뷔…미세공정 대응 장비 풀 라인업 공개
'제재 회피용' 화웨이 연관설…美 제재 뚫을 中 국산화 핵심 부상
2025년 3월 26일부터 28일까지 중국 상하이시에서 열린 반도체 관련 국제 전시회 '세미콘 차이나'에서 주목받은 신카이라이. 부스에는 연일 많은 참관객이 몰려들었다. 사진=닛케이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3월 26일부터 28일까지 중국 상하이시에서 열린 반도체 관련 국제 전시회 '세미콘 차이나'에서 주목받은 신카이라이. 부스에는 연일 많은 참관객이 몰려들었다. 사진=닛케이

지난 3월 26일부터 28일까지 중국 상하이시에서 열린 반도체 관련 국제 전시회 '세미콘 차이나'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도 2024년보다 약 30% 늘어난 1400개 사 가까이 출전하며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이 전시회에서 예상치 못한 주역으로 떠오른 것은 도쿄 일렉트론이나 미국 KLA 같은 세계 반도체 제조 장비 대기업이 아니었다.

주목받은 기업은 '신카이라이 기술(SiCarrier)'이었다. 이 회사는 중국 선전시에 2021년 설립된 신흥 반도체 제조 장비 제조사다. 그동안 '수수께끼'의 제조 장비 제조사로 업계 안에서 조용히 주목받았지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2일(현지시각)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세미콘 차이나에서 신카이라이 부스는 그 실력을 가늠하려는 사람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뤘다. 복수 일본계 반도체 장비 제조사는 "신카이라이 부스를 방문하기 위해 일본에서 출장 왔다"고 전할 정도로 이 회사는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신카이라이가 공개한 반도체 제조 장비 종류는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부스에는 화학 기상 증착법(CVD)과 원자층 증착법(ALD) 등 박막 증착 장비, 어닐링(열처리) 장비, 식각 장비 등 반도체 회로를 만드는 '전공정'용 장비를 빼곡히 전시했다. 검사 장비까지 다루는 등 폭넓은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

◇ 공개된 '양산 가능' 장비 라인업


신카이라이 설명원은 이번에 선보인 제조 장비가 "모두 양산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 일본계 반도체 장비 제조사는 "중국 안에 기계 가공을 포함한 미국 반도체 제조 장비 제조사들이 구축한 공급망이 있어 제조 역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신카이라이가 다루는 대부분 제조 장비는 회로 선폭 5나노미터(나노는 10억분의 1) 미세 가공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사 설명원은 "미세 가공 회로 선폭은 고객이 결정한다"며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세 가공 핵심인 노광 장비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나, 복수 중국 언론은 신카이라이 노광 장비 개발 소식을 보도한 바 있다.

미중 대립이 고조되는 가운데 설립 단 4년 만에 세미콘 차이나 주역으로 급부상한 신카이라이 급성장 배경에는 특정 중국 기업 관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중국 통신 장비 대기업인 화웨이 기술(華為技術, Huawei)이다. 신카이라이는 선전시 정부 계열 투자 회사가 출자했으며, 화웨이는 직접 출자 관계는 없다. 그러나 복수 관계자는 "화웨이 지시에 따라 기술 개발이 진행되는 듯하다"고 전한다. 미중 대립이 깊어지는 상황에 "미국 제재를 피하기 위한 별도 회사로 설립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 기술력을 가장 경계하는 중국 기업 중 하나로 여긴다. 2019년에는 사실상 금수 리스트인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에 추가돼 화웨이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사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화웨이는 중국 안에서 무선 통신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기업/정부 대상 디지털 전환(DX) 사업과 전기차(EV) 개발/마케팅 지원 사업을 본격화하며 실적 악화를 막았다.

◇ '제재 회피' 넘어선 화웨이의 후원


이러한 신규 사업과 동시에 화웨이가 주력한 분야가 반도체 개발이다. 2023년 8월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에 탑재된 반도체는 미국 규제 대상인 7나노미터 회로 선폭을 실현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회로 선폭 7나노미터 반도체 양산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SMIC(중신궈지 집적회로 제조공사, 中芯国际集成电路制造)가 맡았다. 구세대 노광 장비를 사용했지만 박막 증착과 식각을 반복해 미세화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 확립 과정에 화웨이와 신카이라이 적극적 관여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화웨이와 신카이라이가 첨단 반도체 제조 방법 관련 특허를 공동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스마트폰 사업 부활 등에 힘입어 화웨이의 2024년 매출은 지난해보다 약 20% 증가한 8600억 위안(약 166조 6680억 원)을 넘었다. 이는 미국 제재 이전 수준을 회복한 실적이다. 신카이라이 공개가 미국 제재를 극복했다는 자신감 표현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세미콘 차이나에서는 신카이라이 외 다른 중국 반도체 장비 제조사들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중국 최대 기업인 NAURA(베이팡화촹 과기집단, 北方華創科技集団)는 6나노미터 회로 선폭 대응 제조 기술 관련 영상을 공개해 많은 참관객을 끌어모았다. 반도체에 전기적 특성을 부여하는 이온 주입 장비 등 중국 기업이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비교적 난이도 높은 제조 장비 개발을 공식 발표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 대중국 반도체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러한 상황에 중국은 미국에 맞서 제조 장비 '국산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화웨이가 깊숙이 관여하는 신카이라이가 앞으로 미중 대립 '태풍의 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