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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리포트] 나흘 연속 연고점 경신, 원달러 환율 13년 만에 1300원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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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리포트] 나흘 연속 연고점 경신, 원달러 환율 13년 만에 1300원 돌파

23일 원·달러 환율, 1301.8원 마감···전일比 4.5원↑

23일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이미지 확대보기
23일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13년 만에 1300원대로 마감하며, 심리적 저항선을 무너뜨렸다. 이는 파월 연준 의장의 경기침체를 감수하고서라도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강경한 발언의 영향이다. 특히 치솟는 환율을 통제하기 위해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섰음에도, 상승세를 막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혼란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4.5원 상승한 1301.8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한 것은 세계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7월 이후 13년 만이다.
이날 환율은 1299.0원으로 상승 출발했지만, 개장 직후 1300원을 돌파하며 상승폭을 넓혔다. 이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구두개입을 통해 1290원대로 하락했지만, 다시 오름세를 보이며 1300원대에 안착했다.

이날 추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따른 통화 긴축 가속화 및 이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달러 강세가 계속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다"며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등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 시 시장안정 노력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강경한 구두개입성 발언에도 환율 상승세를 억제하지 못한 것.

이날 달러화 강세 흐름의 주재료는 전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을 강력히 약속한다"며 "최우선 기조는 물가 상승률을 2%대로 낮추는 데에 정책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는 매우 강력하며, 강도 높은 통화 정책을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특히 파월 의장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물가안정 의지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몰고 왔다. 그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존재하며 연착륙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다. 가격 탄력성을 회복하지 못해 높은 물가 상승이 경제 전반에 퍼지는 것도 또 다른 위험"이라며 "우리는 물가상승률을 2%대로 돌려놔야 한다. 이를 위해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고 단언했다.

해당 발언은 뉴욕증시는 폭락세를 보였다. 전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0.15% 하락한 3만483.1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13% 내린 3759.9에 마감했다. 여기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0.15% 하락한 1만1053.1로 마감하는 등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이날 씨티그룹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을 50%로 상향했으며,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기존 15%에서 30%로 상향했다. 이로 인해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12.1bp 하락한 3.161%를,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은 15.9bp 하락한 3.048%를 기록했다. 결국 위험선호심리가 크게 후퇴하며 달러화 강세를 부추겼고, 달러인덱스는 현재 104.45로 상승한 상태다.
이에 대해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파월 연준 의장이 정책정상화 과정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밤사이 채권과 엔화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했다"며 "장 중 연준의 물가안정 의지가 확인되자 뉴욕증시가 반등하기도 했으나, 최근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가 커지고 있는 국내증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고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