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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든 외환보유고, 위험신호인가? 안정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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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든 외환보유고, 위험신호인가? 안정권인가?

7월 외환보유고 4386억달러, 올해 245억달러 급감···권고치 미달
국가신인도 감소 등 자본유출 우려↑ vs 외환건전성 견고 '안정권'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추이. 1990년 이후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①1997년 외환위기 ②2008년 금융위기 ③현재 등 세 차례다. [자료=KB증권]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추이. 1990년 이후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①1997년 외환위기 ②2008년 금융위기 ③현재 등 세 차례다. [자료=KB증권]
국내 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고가 올해 들어 245억달러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환·금융위기 당시 국내 외환보유고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는 점에서 환율의 추가 상승과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

한편으로는 장기 위주로 바뀐 대외부채 구조와 순대외자산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외환보유액의 급감이 위기상황으로 곧바로 직결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 역시 힘을 얻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외환보유액이 4386억1000만달러로 전년 말 대비 245억1000만달러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외환보유액은 지난 한달새 3억3000만달러 증가했지만, 이는 6월 하락폭(94억3000만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외환건전성 우려를 높인 바 있다.

외환보유고란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국제수지 불균형을 보전하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대외 지급준비자산을 뜻한다. 외환위기 같은 긴급사태로 금융기관 등이 해외차입을 하지 못해 대외결제가 어려워질 경우나,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할 경우 이를 해소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등 국민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한다.

실제로 한은 측은 지난 6월 외환보유고 급감에 대해 "외환시장의 변동성 완화 조치를 시행한 영향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 일부를 투입하는 등 외환시장에 개입한 행위를 뜻한다.

이로 인해 외환보유고가 적정 수준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적정 외환보유고 기준으로 연간 수출액의 5%, 광의통화(M2)의 5%, 유동 외채의 30%, 외국인 증권 및 기타 투자금 잔액의 15% 등을 합한 금액의 100~150%를 내세우고 있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국내 외환보유고 적정 수준은 4680~7020억달러지만, 7월 기준 외환보유고는 93.7%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국내 외환보유액(4631억달러)이 IMF 적정기준의 98.9%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외환보유고의 감소세는 더욱 부각된다. 여기에 기준이 더 엄격한 국제결제은행(BIS)에 맞추면 권고 수준은 9300억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외환보유액을 새롭게 비축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금융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외환보유액이 늘어나기 위해선 특정 기간 국제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순외화수입인 무역수지가 장기간 흑자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무역적자는 230억달러로, 기존 최대치인 1996년(206억달러)을 상회한다. 이는 글로벌 공급난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악재가 겹친 결과지만, 132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과 한미 금리 역전 등과 맞물려 한국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다만 외환보유액 감소가 외환위기와 환율 폭등으로 이어졌던 1997년·2008년 외환·금융위기 당시와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외환 건전성 면에서 차별화된다는 점을 근거로 과도한 해석을 지양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 대표적 근거가 부채 구조의 장기화다. 통상 외채의 위험도를 판단할 때 만기 1년 이하의 단기채무 비중으로 판가름한다. 부채규모가 적어도 단기 위주로 구성됐다면 대외 금융 환경이 불안할 경우 상환 및 신규 차입이 어렵기 때문. 반대로 장기외채 비중이 높다면, 상대적으로 외채건전성이 양호하다 판단한다.

우리나라의 대외부채 및 외환보유액 추이 [자료=KB증권]
우리나라의 대외부채 및 외환보유액 추이 [자료=KB증권]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채무는 6541억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217억달러 증가했다. 이 중 장기외채(4792억달러) 비중은 73.3%로 전년 동기 대비 2.2%포인트 증가했다.

당초 우리나라의 대외부채는 2000년대 중반 금융위기 당시 단기와 장기 부채 비중이 거의 같을 정도로 단기 비중이 상승했었지만, 이후 단기 대외부채 비중은 꾸준히 감소해 1분기 기준 26.7%까지 감소한 상태다.

순대외금융자산의 지속 확대 역시 외환보유고 감소 우려를 일부 해소한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은 6960억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364억달러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뺀 것으로, 한 나라의 대외 지급능력을 뜻한다. 당초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은 외환·금융위기 당시 마이너스였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플러스 전환됐다. 이는 주식·채권·부동산 등에서 투자 받은 돈보다 투자한 돈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해외에서 국내로 투자한 것보다 국내에서 해외로 투자한 것이 많다는 것은 단기적으론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나 중기적으로는 해외 자산이 완충막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순대외금융자산이 플러스로 전환된 이후에도 원·달러 환율이 대외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다만 나갈 수 있는 돈이 더 많이 쌓여있던 2010년대 중반 이전과, 유리한 환율에서 수익 실현에 나설 수 있는 자금이 대기하고 있는 지금과의 외환시장 완충막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