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S 세계대학 순위 상위 50곳에 中 5개 대학 진입, “2010년엔 하나도 없었다”
트럼프發 미국 연구비 삭감 속 중국은 30년 투자 결실 수확 중
트럼프發 미국 연구비 삭감 속 중국은 30년 투자 결실 수확 중
이미지 확대보기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7일 "중국 대학들이 글로벌 엘리트 대열에 올라섰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 등 미국 주요 대학 연구 예산을 줄이는 사이, 중국은 30년에 걸친 고등교육 투자를 착실히 거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지 확대보기2010년엔 '0개', 2026년엔 '5개'… 순위표가 뒤집혔다
2010년 QS 세계대학 순위 상위 50위 안에 중국 본토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2026년 최신 순위에서 베이징대는 14위, 칭화대는 17위에 올랐다. 영국 옥스퍼드대·케임브리지대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하버드대가 오랫동안 독식해 온 최상위권에 중국 대학이 처음으로 이름을 나란히 했다. 푸단대(30위), 상하이교통대(47위), 저장대(49위)까지 합치면 50위권에 다섯 곳이 포진했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정부관계 최고책임자 조앤 카니는 "중국은 미국보다 훨씬 많은 과학자와 기술자를 키워 왔고, 더 많은 특허를 출원하며 더 많은 논문을 발표해 왔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는 것을 보면, 일부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거나 바짝 뒤쫓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숫자가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의 R&D 총지출은 2007년 1360억 달러(약 196조 원)에서 2023년 7810억 달러(약 1125조 원)로 6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의 R&D 지출은 4620억 달러(약 666조 원)에서 8230억 달러(약 1186조 원)로 증가해 격차가 가파르게 좁혀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중국 연구원 수는 300만 명으로 세계 최다이며, 연구원 1인당 R&D 지원액은 평균 30만 5000달러(약 4억 3900만 원)로 유럽 평균 26만 8000달러(약 3억 8600만 원)를 웃돈다.
학술지 성과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사이언스' 편집장 홀든 토프는 FT에 "2025년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 가운데 14%가 중국 출신 연구자 논문으로 45%를 차지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라고 밝혔다. 실험실에서 나온 배터리 기술 연구가 전기차 기업 CATL·BYD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유전체 분야 국가 연구소 출신이 글로벌 바이오기업 BGI 지노믹스로 성장한 사례는 학문과 산업의 연결 고리를 보여 준다.
네이처 인덱스 기준 중국은 2024년 3만 7273편으로 미국의 3만1930편을 처음 앞질렀으며, 특히 화학 분야에서는 미국의 2.5배, 물리과학에서는 1.7배 수준의 논문을 냈다. 반면 미국은 인문학과 STEM 분야 모두에서 종합 순위 상위권 대학 비중(35%)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의 STEM은 '폭넓은 품질, 정점의 부재'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지 확대보기논문 9600건 철회·강의실 감시… 양적 팽창의 그늘
그러나 숫자의 이면은 복잡하다. 논문 철회 동향을 추적하는 리트랙션 워치(Retraction Watch)의 공동 창립자 이반 오란스키는 "중국 정부가 성과급과 승진을 논문 건수와 연계하면서 광범위한 연구 부정행위와 논문 대리 출판 산업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2025년 중국 저자 논문 철회 건수는 약 3000건으로 미국 저자의 177건과 비교해 17배를 웃돌았다. 2023년에는 출판사 와일리에 인수된 힌다위 저널의 대규모 철회 사태까지 겹치면서 중국 저자 철회 건수가 9600여 건에 달했다.
학문의 자유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피터 헤슬러 전 쓰촨대-피츠버그 공동 연구원 창작 글쓰기 강사는 "학생들이 선을 벗어나는 교수나 동료를 신고하도록 장려받고, 강의실 곳곳에 감시 장치가 설치돼 있다"며 "불신 문화가 조성되면서 발전을 가로막고 외부인 통합도 어렵게 만든다"고 FT에 말했다. 그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쓰촨대에서 강의했지만, 학생들의 높은 만족도에도 계약이 갱신되지 않았으며, 고조된 미·중 긴장과 방역 시기 강화된 검열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탠퍼드대가 2021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 이공계 학부생들은 4학년이 될수록 비판적 사고 능력이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 때와 졸업 때 비판적 사고가 눈에 띄게 향상된 미국 학생들과 정반대의 결과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 중국 조사 프로그램 책임자 베서니 앨런은 그럼에도 "부정행위 건수만 보고 중국 대학 전체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것"이라며 "부풀려진 수치를 감안하더라도 중국 대학의 고품질 연구 산출물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지고 글로벌 사우스로… 학술 협력 지도 다시 그린다
중국의 연구 협력 파트너 변화도 뚜렷하다. ASPI 핵심 기술 프로젝트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10여 년 넘게 중국의 최대 연구 협력국 자리를 지키던 미국은 2020년대 들어 협력 강도 순위 4위로 밀려났다. 싱가포르가 1위를 차지했고, 파키스탄은 2024년 기준 7위로 뛰어올랐다.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파이살라바드 농업대에서는 중국과학원 등 중국 기관들과의 협력으로 장학금과 연구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이 대학의 중국어 학습자는 2년 새 두 배 가까운 1000명에 이르렀다. 중국에서 공부하는 파키스탄인은 2만 9000명에 달한다. 중국 연구 파트너들은 파키스탄 대학들과 손잡고 얼굴인식·감시·드론 기술을 현지 보안 당국에 이식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뉴욕과학원 원장이자 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총장 닉 딕스는 "미국 최고 대학들의 연구 기반이 무너지는 것은 중국의 주요 과학 사업을 뒷받침하려는 체계적 노력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며 "일부 연구개발 분야에서 미국이 이미 뒤처지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앨런은 "중국은 미국이 교육·과학기술 분야에서 행사해 온 패권적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숫자 너머의 진짜 질문… 한국 대학은 어디 있나
지금까지 열거한 수치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중국은 R&D 총지출에서 미국을 거의 따라잡았고(2023년 기준 7810억 달러 대 8230억 달러),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게재 비중에서도 미국에 이어 2위를 굳혔다. 그러나 2025년 논문 철회 건수 3000건, 비판적 사고 저하 문제는 '양(量)이 질(質)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두 흐름이 당분간 공존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통해 학술 네트워크를 새로 짜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고, 트럼프발 미국 연구비 삭감은 이 추세에 힘을 싣는다.
2026년 QS 세계대학 순위에서 서울대는 31위, 카이스트는 47위를 기록했다. 중국 베이징대(14위)·칭화대(17위)와 순위 격차가 10여 위에서 20여 위로 벌어지는 추세다. 중국의 전략적 투자가 대학 경쟁력으로 현실화되는 속도를 한국 대학과 연구 지원 당국이 어떻게 따라잡을지가 앞으로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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