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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공공 의료 데이터 활용 역량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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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공공 의료 데이터 활용 역량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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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가 공공의료 데이터를 활용하고 분석하는 역량만 갖춘다면 다양한 신산업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최근, 보험사들이 성장 한계에 봉착하자 신상품을 개발하고 헬스케어 분야에서 산업 역량을 강화하는 등 공공 의료 데이터 활용을 적극 추진하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

2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박희우·이승주 연구원은 '보험업의 데이터 결합·활용 사례 및 시사점: 의료 데이터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내놓으며 "공공의료 데이터 활용을 위해서는 먼저 사회 구성원 간 신뢰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데이터 3법 개정과 후속으로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며 '가명 정보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개인 정보의 활용을 활성화시키고자 '개인정보보호법', '신용 정보법', '정보통신망법' 등 데이터 3법부터 개정해 2020년 8월부터 시행했다. 이에 국내 보험사도 공공의료 데이터의 결합·활용을 통해 가치 창출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중단했던 공공의료 데이터를 지난해 7월부터 보험사에 제공 중이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은 보험사들이 의료 데이터를 신청한 지 1년이 다되도록 모든 신청에 대한 심의를 유보하면서 의료 데이터를 개방하지 않고 있다.

박희우·이승주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선 보험사 등 영리기업의 개인 정보 활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다. 개인 정보 유출과 침해 등에 대한 우려도 높아 보험사가 공공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외에서도 사회적 신뢰도 차이로 의료 데이터 활용 활성화 여부가 갈렸다. 핀란드와 영국의 경우 의료 데이터 활용을 위한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이 가장 발달했다. 하지만 사회적 신뢰도에 따라 핀란드의 '핀젠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척돼 헬스케어 산업에서 상당한 무역흑자를 낸 반면 영국은 사회적 신뢰가 부족해 '케어닷 프로젝트'가 영구히 중단됐다.

핀란드는 2019년 '보건 의료 데이터의 이차적 활용에 대한 법률'까지 제정해 국민의 공공의료·사회보장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정보주체의 사전동의를 받거나 비식별화 처리를 거치면 선제적 동의 없이도 의료 데이터의 이차 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가명 처리된 데이터는 과학적 연구에만 사용 가능하고, 익명 처리되거나 통합 집계된 데이터는 과학적 연구, 신기술 개발과 혁신활동 등에만 활용할 수 있다.

현재 핀란드는 공공·민영 의료 데이터를 결합하는 '핀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헬스케어 산업에서 수출이 크게 늘어 2018년 수출액이 전년보다 3.4% 증가한 23억유로(약 3조1205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10억유로(약 1조3567억원) 이상의 흑자를 낸 것이다.
박희우·이승주 연구원은 "한국은 공공의료 데이터의 이차적 활용을 위한 데이터 인프라와 가용성, 제도적 기반, 거버넌스만큼은 해외 선진국과의 비교에도 뒤지지 않는 최상위 수준"이라며 "공공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가치 창출에 있어서도 세계적으로 선도국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다만, 보험사가 의료 데이터를 영리 추구의 목적으로만 사용하거나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될 경우 사회적 신뢰는 다시 회복할 수 없게 된다"며 "공공의료 데이터 활용의 역량을 갖추기 위해선 먼저 정보 주체인 국민에 대한 이익 배분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