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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만 면하자"···왜곡된 예대금리차 공시제, 출혈경쟁하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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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만 면하자"···왜곡된 예대금리차 공시제, 출혈경쟁하는 은행들

기준금리 올랐는데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행렬
왜곡된 예대금리 공시에 '피'본 은행들···"오명이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서 고객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서 고객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은행권이 기준금리가 상승했음에도 대출금리를 낮추는 역주행중이다. 예대금리차 공시제로 특정 은행에 과도한 비판이 쏠리자, 이를 피하기 위해 각 은행들이 인위적으로 금리 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서민금융을 집중해 온 은행들이 오히려 비판 받는 형국이다. 예대금리차 공시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일 신한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낮췄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달 24일 직장인 신용대출을 포함해 개인 신용대출 대부분의 금리와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최대 0.5%포인트 내린 바 있다.

이같은 대출금리 인하 행렬은 다른 은행에서도 나타난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6일 NH새희망홀씨대출 등에 최대 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했으며, KB국민은행은 25일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하했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 역시 지난달 26일 전월세보증금대출 금리를 최대 0.41%포인트,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0.28%포인트 인하했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는 점을 고려시 이는 극히 이례적 상황이다. 대출금리 산정의 지표가 되는 기준금리가 올랐는데 대출금리가 내렸다는 것은 시장 논리를 역행하기 때문.

이 같은 흐름의 원인으로 은행권은 예대금리차 공시제를 지적한다. 지난달 22일 처음 시행된 예대금리차 공시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금융 공약 중 하나다. 각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공시하는 것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은행 간 경쟁을 촉진시켜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한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 같은 줄세우기가 오히려 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은행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쏠리게 하는 부작용만 낳고 있다. 실제, 지난달 22일 예대금리차 공시제 이후 5대 은행 중 예대금리차 1위인 신한은행과 은행권 전체 1위였던 토스뱅크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른바 '이자장사'로 과도한 이익 창출에 혈안이 됐다는 오명까지 뒤집어 썼다.

문제는 공시된 예대금리차엔 심각한 왜곡이 있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 같은 서민금융상품이 변별력 없이 같은 잣대에서 평가됐다는 것이다.

토스뱅크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토스뱅크의 대출 고객 중 중저신용자 비중이 7월 말 기준 38%로 모든 은행 중 가장 높다"며 "여기에 주력상품인 2% 수시입출금통장의 금리가 반영되지 않아 실제 체감하는 (예금) 금리 대비 낮게 공시됐다"고 반박했다.
또한 신한은행 역시 서민금융상품을 매년 1조원 가량 취급하고 있다며 ‘이자장사’ 오명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포용적 금융을 확대하고 정부 방침에 충실하고자 중금리 대출 같은 서민금융 취급을 늘리려 노력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이자장사'란 비판을 듣는다면, 은행 입장에서 오히려 서민금융을 줄이고 금리가 낮은 고신용자대출만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예대금리차 공시제의 왜곡 논란에 금융당국 역시 공감했다. 지난 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행사 직후 간담회에서 "수치만 볼 때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 등의 정보가 없어 왜곡될 수 있는 부분이 생긴다"며 "처음이다 보니 미흡했던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반기까지 계속 공시제도 개선과 관련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전했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