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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보험사들, RBC비율 법적 기준에 ‘간당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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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보험사들, RBC비율 법적 기준에 ‘간당간당’

농협생명, 3분기 RBC비율 107.3% 전년 동기 대비 115.4%포인트 하락
금리인상 기조 속에 채권평가금액이 계속 하락하며 생보사들의 3분기 재무건전성 지표가 크게 악화됐다. 이를 개선코자 유상증자나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할 처지다.

정작, 생보사들은 '버터기 모드'다. 내년 도입되는 새 건전성 지표인 K-ICS(킥스)가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만큼, 건전성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2일 뉴시스에 따르면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생보사들의 RBC비율은 전분기 말 대비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RBC가 가장 악화한 곳은 NH농협생명이다. 농협생명은 올해 3분기 RBC가 전년 동기 대비 115.4%포인트 하락한 107.3%였다. 전 분기(185%)대비 78%포인트나 떨어졌다.

RBC(Risk Based Capital)란 '위험기준자기자본'이란 의미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대표하는 지표다.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가 계약자의 보험금 요청 시 보험금을 제 때 지급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보험업법에선 보험사가 RBC를 100% 이상 유지토록 규정한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DGB생명의 경우 전년 동기보다 91%포인트, 전 분기보다 52.7%포인트 하락한 113.1%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한화생명의 3분기 RBC 비율은 지난해보다 36.1%포인트, 전 분기대비 10.6%포인트 내린 157%였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턱걸이 했다.

생보사들이 이처럼 RBC비율이 하락한 주 원인은 기준금리 인상때문이다. 현행 RBC 제도에선 자산은 시가, 부채는 원가로 평가한다. 금리가 오르면 부채에 대한 평가가 그대로이지만, 생보사들이 다량 보유한 매도 가능 채권에서 평가 손실이 발생해 RBC는 감소하게 된다.

최근, 몇 년간 보험사들은 내년부터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에 대비코자 저금리 시기임에도 RBC 비율을 높이는데 신경쓰고 있다. 만기 보유 채권을 매도 가능 채권으로도 전환했다. 양 채권은 계정 전환 후 3년간 재조정이 불가능하다.

농협생명의 경우도 2020년 9월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바꿨다. 2019년 말 6.69년이던 자산 듀레이션(자산만기)은 지난해 말 기준 8.03년으로 늘었다.
만기보유채권은 채권을 살 때 가격(원가)으로 가치를 평가해 금리가 올라도 평가액이 바뀌지 않는다. 반면, 매도 가능 채권은 금리 등락에 따라 평가액(시가)이 변한다. 금리 하락기에는 채권 평가액이 올라가며 RBC가 개선되지만, 상승기에는 채권 평가액이 줄어든다.

다만, 생보사들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부채와 자산 모두를 시가로 평가하는 '킥스'가 내년 도입되면 자사의 재무 건전성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 강원도 레고랜드에서 발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채권시장도 경색돼 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

농협생명은 올 3분기 사상 최대의 누적 당기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매도가능채권 평가손실액만 5조5000억원으로 평가돼 '자본잠식'에 빠졌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일시적인 회계상 문제로 보험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또다른 지표인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LAT)에서 8.1조원 이상 잉여액을 보유해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RBC비율은 부채를 원가 평가하는 회계기준을 갖고 산출하는 지표다. 실제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며 "금리가 상승해서 자산이 감소하는 효과는 그대로 반영되지만 부채 쪽에서 줄어드는 효과는 원가 평가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보사들의 3분기 RBC비율이 빠진 것도 금리 상승폭으로 부채 감소 효과가 굉장히 커진 탓이다"며 "사실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대부분 생보사에 긍정적이기 때문에,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킥스 도입 대응력이 어떤지 우선 따져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