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수수료 내려"…정치권 압박에 앞다퉈 수수료 없애고 대출금리 낮추는 시중은행

공유
0

"수수료 내려"…정치권 압박에 앞다퉈 수수료 없애고 대출금리 낮추는 시중은행

신한은행, 온라인 이어 창구 이체수수료도 면제
은행권 가산금리 줄여 한달새 대출금리 1.22%p 급락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연합뉴스
최근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각종 수수료를 감면하거나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서민들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은행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여론의 비판이 커지자 이를 의식한 행보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도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라고 언급하며 은행권의 수수료 인하 경쟁에 힘을 싣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 창구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체(송금) 수수료까지 만 60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일부터 모바일뱅킹 앱 ‘뉴쏠(New SOL)’과 인터넷뱅킹에서 타행 이체 수수료, 타행 자동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 바 있다. 이번 창구 송금수수료 면제에 따라 약 25만 명의 고객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시니어 고객들의 창구 송금 수수료를 없애 더 쉽고 부담 없이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후 KB국민은행도 같은 달 19일부터 모바일·인터넷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를 없앴고,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시점에 모바일 뱅킹 이체 수수료 면제를 발표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오는 8일, 10일부터 모바일·인터넷 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를 받지 않을 예정이다.

은행권은 취약 차주에 대한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작년 말 취약 차주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1년간 한시 면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작년 말 기준 가계대출(신용·전세자금·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신용등급 하위 30% 대출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18일부터 중도상환 해약금(수수료)을 받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26일부터 'KCB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의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없앴고, KB국민은행 역시 이달 10일부터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전액 면제(신용평가사 5등급 이하 차주)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은행권은 대출금리도 낮추고 있다. 은행은 대출금리 결정 시 임의로 덧붙이는 위험 가중금리인 가산금리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은행권의 가산금리, 우대금리 등을 적용해 결정된다.

지난 3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950∼6.890%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6일 연 5.080∼8.110%과 비교할 때 상단과 하단이 각각 0.130%포인트(p), 1.220%포인트씩 하락했다.
지난달 13일 기준금리는 인상됐지만, 시장금리는 오히려 낮아진 셈이다. 특히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같은 기간 0.050%포인트(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떨어졌다는 점을 볼 때 은행권의 가산금리 조정으로 인한 대출금리 인하폭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이 최근 잇따라 각종 수수료 면제 및 금리 인하 혜택을 내놓고 있는 것은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에 따른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0일 임원 회의에서 "금리 상승기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해서 점검·모니터링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토록 하는 등 금리산정체계의 합리성·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예금과 대출의 이자 차이인 예대 이율 차이가 커서 서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중은행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현실 아래에서 서민들이 예대 이율 차이로 고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예대 이율을 설정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라고 발언하면서 은행권의 수수료 인하 경쟁에 불을 붙였다. 윤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이후 토론회에서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이 관치(官治)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압박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지나치게 예금·대출 금리 조정에 간섭하면, 예금금리와 시장금리, 대출금리가 자연스럽게 연동되는 금리체계가 망가져 오히려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며 "더구나 엄연히 주주가 있는 민간기업 은행에 공익 지출만 강조하는 것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최후의 완충 장치로서 충격을 흡수해야 하는 은행의 체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