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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장 내정 조병규는 누구? ··· 뛰어난 영업력에 포용의 리더십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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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장 내정 조병규는 누구? ··· 뛰어난 영업력에 포용의 리더십 갖춰

부행장 지낸 '기업영업통'
7월 3일 공식 선임
악화된 수익 · 건전성 제고
계파갈등 문제 해결 숙제

조병규 우리은행장 내정자. 사진=우리금융그룹
조병규 우리은행장 내정자. 사진=우리금융그룹
임종룡 회장 체제에서 우리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을 이끌게 될 차기 수장으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가 내정됐다.

이를 두고 예상을 깬 깜짝 기용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그가 그룹 내에서 독보적인 영업 능력을 보여준 '영업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주는 전략, 계열사는 영업'이라는 임 회장의 경영방침에 가장 적합한 인사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26일 마지막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최종 후보군에 오른 조 대표와 이석태 국내영업부문장(부행장) 중 조 대표를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낙점했다. 조 내정자는 오는 7월 3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되면 본격적으로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당초, 금융권 안팎에서는 조 내정자의 발탁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그가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로 자리를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았고 우리금융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계열사 대표가 은행장에 임명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추위는 우리은행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현직 우리은행 부행장들 대신 조 내정자를 택했다. 조 내정자는 지난 3월 임종룡 회장 취임에 맞춰 우리은행에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자리로 옮겼고 대표를 맡은지 불과 2개월 만에 우리은행장으로 내정됐다.

이 같은 파격적인 결정 배경엔 조 내정자의 '대외 영업능력'이 꼽힌다.

1965년생인 조 내정자는 관악고와 경희대를 졸업하고 1992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그는 우리은행 본점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2012년), 대기업심사부장(2014년), 강북영업본부장(2017년), 기업그룹 집행부행장(2022년)을 거치면서 주로 기업영업 부문에서 경험을 쌓았다.

특히 조 내정자는 2011년 지점장 초임지로 은행 내 영업실적이 하위권이었던 상일역지점에 발령 받아 1등 점포로 끌어올린 것은 그의 영업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본점 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으로 근무할 당시 전 은행 KPI(성과평가기준) 1위를 수상했고 2년 연속으로 최고 등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26일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 종료 후 임종룡 회장과 은행장 후보자 4명이 간담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내정자, 이석태 국내영업부문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26일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 종료 후 임종룡 회장과 은행장 후보자 4명이 간담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내정자, 이석태 국내영업부문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그룹

다만, 조 내정자의 앞에는 적지 않은 과제가 놓여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룹 내에선 아직 보험사와 증권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들보다 은행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올해 1분기 우리금융은 농협금융에게 실적을 추월당했다.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전년동기 보다 20% 늘어난 85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등 주요 비은행 계열사들의 순이익이 같은 기간 각각 46.4%와 20% 감소하며 부진한 성적을 보인 탓이다.

우리금융이 증권사와 보험사를 인수하기 전까지 맏형 격인 우리은행의 수익성을 끌어 올려야 한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멈추고 경기침체 징후가 커지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결국 조 내정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해묵은 계파 갈등 정리도 조 내정자의 몫이다. 과거,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우리은행은 그동안 출신별로 번갈아 가면서 은행장 등 요직을 맡아왔다. 이원덕 현 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이란 이유로 차기 은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상업은행 출신인 조 내정자가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낙점되면서 상업·한일은행 간 돌아가면서 은행장을 맡던 관례는 지켜지게 됐다.

하지만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고질적인 병폐인 상업·한일은행 출신 간 계파갈등을 이번 조 내정자 선임을 계기로 끝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온건한 소통 성향이 강점인 조 내정자가 우리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완수할 것이란 기대도 큰 편이다. 실제 심층면접을 진행했던 외부전문가들도 조 후보자에 대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도성향의 포용력 있는 리더십을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장 선출 과정에서 경쟁을 잠재우고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섰다. 임 회장은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이 끝난 지난 26일 후보자 4명과 함께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임 회장은 '원팀'을 강조하면서 "여기 계신 네 분 모두는 저와 함께 우리금융의 미래를 만들어갈 동반자"라며 "오늘 함께 찍은 사진이 우리금융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이자 유산이 될 수 있도록 협력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