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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동산PF 매물 213곳 중 80% ‘삽도 못 떴다’… 정상화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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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동산PF 매물 213곳 중 80% ‘삽도 못 떴다’… 정상화 '안갯속'

인허가 이전 사업장 41%…사업 초기 단계 PF 대거 매물
공사비·금융비용 상승에 사업성 악화…감정가 대비 절반 수준 입찰
증권사·상호금융 참여 PF 대부분…저축은행 물량은 상당 부분 정리
서울 동대문구 한 주택재건축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동대문구 한 주택재건축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 장기화로 사업 초기 프로젝트가 대거 매물로 나오면서 부실 정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 증권사, 상호금융(새마을금고·신협),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권 부동산PF 매물 213곳 중 80%는 ‘삽도 못 뜨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옥죄고 있어 향후 인허가와 추가 자금 조달 부담까지 매수자가 떠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금융권이 내놓은 부실 PF들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11일 부동산업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원매자를 찾지 못해 부실 PF 정리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금융권에서 올해 매각을 추진 중인 PF 사업장은 200곳을 넘어선다. 각 협회가 공시한 매각 추진 사업장 현황에 따르면 전체 매각 대상 사업장은 213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약 170곳(79.8%)은 착공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사업이 실제로 진행되기 전 단계에서 멈춘 사업장이 대부분이라는 의미다.

인허가도 받지 못한 초기 사업장 비중도 상당하다. 전체 사업장 가운데 88곳(41.3%)은 인허가 이전 단계로 확인됐다. 이 경우 개발 가능성 자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매수자가 사업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매각 대상 PF 자산 규모도 적지 않다. 감정평가액 기준 전체 사업장 규모는 약 8조4600억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다만 실제 공매에서는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서 입찰이 진행되면서 최저입찰가 기준 매각 규모는 약 4조5000억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최근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으로 사업성이 악화된 데다 PF 금융 경색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반영해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업 유형별로 보면 주거시설 개발사업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매각 대상 213개 사업장 가운데 주거시설 개발사업은 106곳으로 전체의 49.8%를 차지했다. 이어 상업시설 32곳(15.0%), 산업시설 23곳(10.8%), 업무시설 21곳(9.9%), 숙박시설 16곳(7.5%)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대리금융기관 기준으로 보면 농협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참여 사업장이 가장 많았고, 증권사 가운데서는 메리츠증권과 iM증권이 각각 6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각각 5곳, 신한투자증권이 4곳 등 주요 증권사들이 다수 사업장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가운데서는 오에스비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하나저축은행 등이 비교적 많이 이름을 올렸다.

PF 사업은 통상 여러 금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신디케이트 구조로 진행되기 때문에 주간 역할을 맡은 대리금융기관에 따라 업권이 표시된다. 실제로 매각 대상 사업장 상당수는 증권사나 농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이 주간으로 참여한 PF 사업장으로 나타났다.

다만 저축은행 업권의 PF 물량은 이미 상당 부분 정리됐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권은 지난해 약 2조5000억 원 규모 PF 자산을 정리하는 등 부실 PF 해소 작업을 상당 부분 진행했다”면서 “현재 매각 리스트에 올라온 사업장 가운데 상당수는 증권사나 상호금융권이 참여한 PF 사업장”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PF 사업 대부분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매각 난항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사가 진행되다 중단된 사업장보다 착공 이전 단계 PF는 매각 난도가 훨씬 높다”면서 “인허가 여부와 사업성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라 투자자 입장에서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금융권의 부동산 익스포저 축소 기조가 이어지면서 PF 사업에 대한 신규 금융 공급이 위축된 점도 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권이 부동산 PF 대출을 크게 줄이면서 시행사나 디벨로퍼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에는 분양가가 떨어진 반면 공사비와 금융비용은 크게 올라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프로젝트가 많다”면서 “사업 리스크가 큰 데다 금융 조달도 어려워 매물을 사더라도 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