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업비트 고객 예치금 3조909억… 총 예금 대비 18%
국감서 지적받은 이복현 금감원장 제도개선 등 후속대책 추진키로
국감서 지적받은 이복현 금감원장 제도개선 등 후속대책 추진키로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1위 업비트와 연계 계좌를 통해 수신 확보에 이점을 누렸던 케이뱅크가 가상자산 시장 과도한 의존도로 건전성 관리에 취약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시장이 흔들리면 케이뱅크가 건전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어 금융안정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케이뱅크는 초기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입금액을 무제한으로 설정하는 등 큰 손들이 수십억씩 넣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줬다는 지적이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가 업비트의 사금고로 전락했다'며 개선안 마련을 요구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다소 쏠림 있다”며 후속조치를 시사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케이뱅크 내 업비트 고객 예치금이 3조909억원으로 총 예금 대비 18%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NH농협은행 총 예금 잔액에서 빗썸 고객 예치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0.2%(5578억원)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인터넷은행업계에서 코인원과 제휴를 맺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총 예금에서 코인원 예치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0.3%(1122억원)에 불과하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시장은 한 업체의 점유율이 90%에 육박하는 기형적인 구조다. 당국의 승인을 받은 가상자산 거래소는 총 26곳이지만 이중 업비트가 시장의 80~90%의 수익을 차지하고 나머지 25개 거래소가 10~20%를 나눠 갖는다. 이러한 편중 현상은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으며 심지어 더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사실상 업비트의 독점이나 다름 없는 시장 구조를 만드는데 케이뱅크가 일조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0년 6월 업비트와 손잡고 가상자산 거래소 연계 실명계좌를 발급해줬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국내에서 원화 기반 가상화폐 매매 서비스를 제공할 때 은행의 실명 계좌를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케이뱅크가 이체한도가 제한된 '금융거래 한도계좌' 보유고객에게도 5억원까지 대량 이체 한도를 제공하면서 케이뱅크로 업비트로 돈이 흘러들어가기 쉬운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이다.
금융거래 한도계좌 제도는 대포통장 남발을 막기 위해 적절한 증빙없이 계좌를 개설하면 30만원으로 이체 한도를 제한하지만 케이뱅크는 펌뱅킹은 이체방식이 달라 한도계좌임에도 고액 이체가 가능한 점을 활용했다.
뒤늦게 이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자 금융당국은 이체한도를 통일하기로 한 상태다.'가상자산 실명계정 운영지침'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한도계좌 보유고객 이체한도가 500만원으로 하향된다.
하지만 펌뱅킹 우회로 이미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업비트는 놔둔 채 후발주자에만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향후 가상자산의 가격 변화에 따라 케이뱅크의 건전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를 주력으로 하는 미국 은행의 파산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케이뱅크의 건전성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에서다.
앞서 지난해 11월 글로벌 3위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으로 총예금 80% 이상을 가상자산으로 보유한 가장자산 전문은행 실버게이트(Silvergate)가 무너진 만큼, 케이뱅크도 업비트가 흔들리면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따라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상자산 거래고객 총량 일부 제한 등의 강도 높은 관리 방안을 저울질 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경우 현재 총예금이 18% 수준인 가상자산 비중을 5% 수준까지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거론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케이뱅크가) 다소 쏠림이 있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금융위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