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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올해 단종카드 역대 최대…“혜택축소 아닌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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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올해 단종카드 역대 최대…“혜택축소 아닌 세대교체”

올해 281개 신규 발급 중단…체리피킹 시달린 일부 카드도 ‘단종’
업계, “체리피킹 영향 크지 않아…라인업 재편일 뿐” 일축
올해 카드사들이 단종시킨 카드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사진=본사DB이미지 확대보기
올해 카드사들이 단종시킨 카드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사진=본사DB
소비자들의 소비형태 변화 등으로 인해 카드사들이 기존 카드를 단종시키고, 라인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지난 2017년 이후 카드사의 카드 단종이 두드러진다. 여기에는 한때 인기가 많았던 카드가 자취를 감추는 사례도 있어 아쉬움을 나타내는 소비자들도 있다.

인기카드의 단종을 두고 일각에선 소비자 혜택 축소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지만, 주된 이유는 최신 소비 유행에 따라 혜택을 재정비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일부 좋은 것만 골라쓰는 ‘체리피킹’ 고객도 카드 단종에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업계에선 카드를 단종시킬 정도의 손해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신한카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가 발급을 중단한 카드 수는 총 281개로 집계됐다. 카드 유형별로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가 각각 247개, 34개로 나타났다.

카드사의 신규 발급 중단은 2019년 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7년 93개에 그쳤던 단종카드 수는 2018년 100개를 돌파했고, 2019과 2020년 202개, 2021년 209개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작년의 경우 단종카드 수가 116개를 기록해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올해 재차 급증하는 모양새다.
카드사들이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하는 배경은 단지 ‘혜택이 커 손해’라는 이유만은 아니다. 카드사들은 원래부터 정기적으로 소비 동향과 혜택, 손익 등을 따져 카드 라인업을 재정비한다. 가장 최근에는 KB국민카드가 39종의 카드를 발급 종료했다.

카드사들이 잇따라 카드 단종에 나서는 배경은 복합적이지만, ‘세대교체’ 성격이 강하다. 소비자들의 소비 유형과 선호 혜택 등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아주 오래전 제공했던 혜택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신규 소비자 유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페이스리프트’인 셈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체리피킹 고객의 소비 형태도 카드 존속에 고려되긴 한다”면서도 “그러나 전체 소비자들 대비 일부다 보니 전체 손익을 결정하는 데 있어 영향력이 크진 않다”고 했다.

카드사들이 단종만 시키는 것도 아니다. 단종카드와 함께 이를 대체할 새로운 신상품도 함께 출시한다. KB국민카드의 경우에도 ‘베브9 카드’ 단종과 함께 올해 초 새롭게 출시한 프리미엄 라인인 ‘헤리티지 스마트’ 등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실제 혜택이 너무 과도해 손해가 커 단종된 카드도 있다. 작년 발급이 중단된 KB국민카드의 ‘KB로블(ROVL)카드’다. 이 카드는 연회비는 30만 원 정도에 국내외 항공권을 구매하면 동반자 1인에 대한 왕복항공권을 제공해 카드사 손해가 막심했다.

카드사들에게 체리피킹 고객은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고객’이기도 하다. 카드를 잘 사용해줘서 고맙긴 한 데, 소비 형태만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패턴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난 2020년 출시해 1년 만에 자취를 감춘 신한카드의 ‘더모아 카드’는 체리피킹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카드는 5000원 이상 결제부터 1000원 미만 잔돈을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한 ‘마이신한 포인트’로 적립해줬다. 그런데 일부 고객이 통신비를 5999원씩 10번 결제해 1만 원에 가까운 현금을 챙기는 등 ‘얌체’ 소비 형태에 곤욕을 치뤘다.

다만 업계는 이런 소비 유형이라도 카드 존속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일부 고객에 한정해 있고, 카드 단종의 주된 이유는 역시 라인업 재정비 차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금액이 큰 것도 아니고)한 번 결제만으로 충분한데 굳이 여러 번 분할 결제하는 게 솔직히 정상적인 소비 형태로 보기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체리피킹 고객들은) 카드사들이 싫어하는 유형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카드 자체의 지속 여부를 가늠할 정도의 영향력은 아니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