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우리금융,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백지화… '몸집 불리기' 차질

공유
1

우리금융,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백지화… '몸집 불리기' 차질

매물 쏟아지는데…저축은행 M&A 시장 한파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우리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계획을 백지화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을 품에 넣으면 영업권 확대 등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인수 비용 등 눈높이에 차이가 있어 인수가 잠정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 철회로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시장의 한파는 더 매섭게 몰아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삼일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정해 실사를 진행했지만 인수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앞서 지난달 26일 우리금융은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저축은행은 영업구역이 제한돼 있어 해당 지역에 의무적으로 대출을 내줘야 하는 비중이 있는데 우리금융이 보유한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영업구역이 충청권으로 한정돼 있는 탓에 상상인저축은행이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김건호 우리금융 미래사업추진부문 상무는 "우리금융저축은행이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금융위에서 대주주 관련 매각 명령이 있는 저축은행은 합병이 가능하다는 개선 명령이 있어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수 비용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기업가치는 3000억~4000억원대로 추산되지만 우리금융 내부에선 2000억원 이상은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또 상상인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그룹에 득 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상상인저축은행이 부동산 PF와 건설업, 부동산업에 내준 신용공여액은 6월 말 기준 1조671억원으로 법정한도인 1조3487억원의 79%에 이른다. 연체율도 12.7%로 낮지 않다.

이번 우리은행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철회로 저축은행 M&A 시장의 한파는 더 매섭게 몰아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당국은 올해 들어 재무 구조가 악화된 저축은행이 늘자, 지난 7월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한해 저축은행 간 M&A를 허용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하지만 저축은행 매물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반면, 부동산 PF 부실 우려 등으로 정작 인수 후보자들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다수 저축은행은 부동산 PF 부실 위험을 겪고 있는데다, 시중은행들과 수신경쟁을 벌이면서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면서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축은행 인수가 장기적으로 독이될 수 있다고 우리금융이 판단한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취임 초인 지난 3월부터 "좋은 매물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인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비은행 계열사 M&A에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이번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는 좌절로 그룹 몸집 불리기와 은행 의존도 줄이기는 난항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