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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사태 후폭풍] '부실' 유통·렌탈·건설사 카드 대금 미지급… 카드사 ‘발급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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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사태 후폭풍] '부실' 유통·렌탈·건설사 카드 대금 미지급… 카드사 ‘발급 제한’

수익률 0.2%지만, 법인고객 확대 위해 발급 늘려
단 홈플러스 사태 이후 업계 거래 축소 움직임
793억 원 손실 반영 롯데카드, 아직은 정상영업
“경기침체·저신용 기업 편중 심화 시 부담커질 것”
대금회수 리스크가 커지면서 카드사들이 구매전용카드 발급 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 고객이 들어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대금회수 리스크가 커지면서 카드사들이 구매전용카드 발급 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 고객이 들어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통·렌탈·건설업 등 경기민감 업종의 ‘구매전용카드’(구매카드) 이용이 급증하면서 카드사를 위협하고 있다. 구매카드는 특정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발급된 법인회원 대상 신용카드다. 납품업체에 대한 대금을 카드사가 먼저 결제하고, 일정 기간 후 기업이 카드사에 이를 상환하는 구조다.

일반적인 외상매출채권이나 어음 거래보다 금융비용이 낮고 회계 처리도 간편해 경기 불황기일수록 활용도가 높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태처럼 경영 악화 시 대금 미지급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어 업계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30일 여신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일부 카드사를 중심으로 구매전용카드 거래를 축소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구매전용카드 실적이 8조 원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현대카드는 최근 건전성 관리를 위해 저신용 기업에 대해 한도를 줄이거나 신규 발급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세 번째로 거래규모가 큰 신한카드도 우선 유통업을 대상으로 발급을 제한한다는 방침이고 이미 홈플러스 사태로 793억 원의 손실을 반영한 롯데카드의 경우 아직까진 별다른 조치를 염두에 두진 않고 있다.
카드사들이 구매카드에 대해 발급 제한에 나선 배경은 ‘홈플러스 사태’ 영향이 지배적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2020년부터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신한카드 등과 구매전용카드 계약을 체결하고 협력업체 물품 대금을 외상으로 결제해왔다.

카드사는 이를 매출채권으로 잡아 증권사를 통해 유동화했고, 일반 투자자들은 이를 기초로 발행된 전자단기사채(ABSTB)에 투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카드 대금 상환에 실패하면서 카드사들도 뒤늦게 리스크 관리에 나선 상황이다.

카드사의 구매전용카드 이용 실적은 작년 한 해 43조1000억 원, 2025년 1분기에는 11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빠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롯데카드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구매카드 자산 비중이 8.4%, 하나카드는 6.8%로 높아 부담이 크다.

롯데카드의 경우 홈플러스(600억 원)뿐만 아니라 네파 400억 원, 딜라이브 120억 원 등 총 1000억 원이 넘는 구매전용카드 결제를 대주주 특수관계자에게 집중적으로 취급하고 있어, 내부거래 리스크도 같이 떠안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분석을 보면 구매카드의 자산은 렌탈과 건설, 철강, 유통업 등 경기민감 업종에 대규모로 편중해 있어 기업 고객의 신용 리스크에 따라 언제든 자산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카드 만기가 보통 2~4개월로 짧아 자산 회전율은 높은 편이지만, 그만큼 단기 연체나 부도 발생 시 손실 반영도 빠르다.

아울러 법인회원의 연체전이율은 개인 회원에 비해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경기 상황에 따라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특히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유동화 시장이 위축되면, 카드사가 기업으로부터 받아야 할 돈(채권)을 외부에 팔지 못하게 돼 직접 떠안아야 하는 만큼 카드사 내부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구매카드의 수익률은 약 0.2% 수준에 불과하지만, 법인 고객 기반 확대와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발급을 늘려왔다”면서 “경기침체나 저신용 기업에 대한 편중이 심화하면 업계 부담이 가중할 것”이라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