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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저축은행 품는다②] 금융지주·온투업·PEF, 저축은행 ‘눈독’…판 커지는 M&A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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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저축은행 품는다②] 금융지주·온투업·PEF, 저축은행 ‘눈독’…판 커지는 M&A시장

업황 악화에 매물 나온 저축은행만 10여곳…“기업 가치 하락에 투자 적기”

경영난에 시달리는 저축은행이 매물로 쏟아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경영난에 시달리는 저축은행이 매물로 쏟아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저축은행 매물이 쏟아지면서 2금융권 인수합병(mergers and acquisitions; M&A)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는 작년부터 고금리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와 가계대출 연체율, 실적 부진 등 삼중고를 앓으며 기업가치가 하락했다.

저축은행 업황이 위축되면서 10여곳이 M&A 시장에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매자’(사려는 사람)는 금융지주에 이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PEF)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 등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잠재 매물을 포함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회사는 애큐온·한화·HB·조은·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등 6곳을 포함해 시장 대략 10여곳 정도로 알려졌다.

특히 IB업계에서는 내년부터 ‘대출 연착륙’이 진행되면 그간 숨겨온 부실이 드러나 실제로 매물로 나오는 저축은행은 현재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는 정부의 ‘이자유예·만기연장’ 조치로 인해 가려져 있는데,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하면서 경영난에 시달리는 회사가 많아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저축은행 매물은 금융지주와 온투업체, 사모펀드 등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인수를 구체화한 곳은 아직은 없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날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검토를 잠정 중단했다. 우리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염두에 두고 삼일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정해 실사를 진행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는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인수 비용을 비롯해 기존 금융 계열사와의 시너지, 상상인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의지가 확인된 만큼, 언제든 M&A 시장에 등판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일부 온투업체가 복병으로 부상했다. 온투업은 낙후한 저축은행 여·수신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디지털 DNA를 심어 여신 사업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저축은행 중 디지털뱅킹을 운영하는 회사는 전체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대부분 대출모집인이나 오프라인 지점 영업을 통해 고객을 모집하거나, 저축은행중앙회 전산에 의존하는 정도다.

온투업은 기관투자 제한 등으로 인해 여신을 늘리지 못하고 있는데, 저축은행 인수가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온투업은 이미 대출 발생 전 과정이 디지털로 진행돼 저축은행보다 시스템이 더 고도화해 있다.

일부 외국계 사모펀드 역시 저축은행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는 경영권 인수를 통해 기업가치를 올린 다음, 매각해 이득을 가져가는 방식을 선호해왔다. 저축은행 밸류에이션 하락이 본격화하면서 밸류에이션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이들의 참전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IB업계 전망이다.

현재 저축은행 중 외국계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곳은 애큐온저축은행이 유일하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지난 2017년 미국계 PEF인 JC플라워즈가 HK저축은행을 인수해 애큐온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2019년 홍콩계 PEF였던 베어링PEA가 새 주인이 됐다. 베어링PEA는 올해로 인수 5년째를 맞아 이익 실현을 위해 매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경영 여건이 안 좋은 상황이라 매물로 쏟아지길 기대하는 참여자들이 적지 않다”면서 “내년에는 PF 등 부실화 우려가 더 커지면서 매각설에 시달리는 업체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