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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정치의 계절' 금융공약 포퓰리즘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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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정치의 계절' 금융공약 포퓰리즘 판친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최고금리 초과 계약 무효 등 현실 외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일 부산 남구 용당세관 어울마당에 마련된 용당동 사전투표소에서 해군 장병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일 부산 남구 용당세관 어울마당에 마련된 용당동 사전투표소에서 해군 장병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4·10 총선을 코앞에 두고 여야가 제시한 금융공약이 금융시장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표심 잡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의 공약을 보면 표면적으로는 서민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약이 이행됐을 경우 실질적으로 서민을 더 고통스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예금자보호한도 1억원 상향 공약은 예보료 인상으로 이어져 예금금리는 내리고 대출금리는 올라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넘는 대출 계약 이자 무효화 공약은 금융권의 취약층 대출 외면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권 및 정치권에 따르면 총선을 사흘 앞두고 여야 금융 분야 공약을 분석해보니 포퓰리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공약집에 따르면 여당은 현행 예금자 보호한도 5000만원을 1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공약했다.

해당 공약은 호응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2대 총선 공약에 대한 호응도를 설문 조사한 결과 '예금자 보호한도 상향'(8.5%)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보호한도 상향이 필요하다는 주된 논리는 2001년 이후 23년째 묶여 있는 한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한도가 턱없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은 1인당 25만 달러(약 3억3700만원), 영국은 8만5000파운드(1억4500만원), 일본 1000만 엔(8900만원) 이하의 예금에 대해 금융회사가 파산하더라도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 준다.

문제는 보호한도 상향이 서민들에게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미 정부는 한도 상향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냈다.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는 2022년 3월 민관 합동 예금자 보호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린 후 업권별 논의와 외부 연구용역을 거쳐 현행 유지하는 쪽이 낫다는 의견을 담아 지난해 10월 국회에 보고했다.

예금 5000만원을 넘게 보유하고 있는 예금주는 전체의 1.9% 수준으로 현재도 예금자의 98.1%가 보호한도 내에 있어 예금자 보호한도를 상향해도 혜택을 받는 예금자가 2% 남짓이기 때문이다. 또 보호한도가 오르면 금융사가 예보에 부담해야 하는 예보료가 인상되는데, 이 비용이 예금금리는 내리고 대출금리는 오르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크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한도로 대부분 예금자의 예금이 보호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민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한도를 상향하면 현금을 많이 보유한 자산가들이 혜택을 보고 서민들은 오히려 보험료가 올라 대출금리가 오르거나 예금금리가 낮아지는 식으로 혜택이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넘는 대출 계약에 대해 이자를 전부 무효화하는 공약도 뜨거운 감자다.

'법정 최고금리 초과 계약 무효'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021년 대선 경선 후보 시절부터 내건 공약이다. 이 공약은 현행법 체계에서는 최고금리를 초과한 불법 대출이 이뤄진 경우 지금은 최고금리인 20%까지는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했지만 아예 이자를 갚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게 골자다.

불법 사금융으로부터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엄벌주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에 맞지 않는 대책이라고 지적한다. 현재도 높은 수준의 법정 최고금리로 취약계층에 대출을 내주기를 꺼리고 있는데 이 법이 시행되면 취약계층에 대한 외면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현재 서민금융 활성화를 가로막는 것은 높은 수준의 법정 최고금리로 조달비용이 커진 대부업체들이 문을 닫거나 대출을 내주기를 꺼려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제도를 도입해 대출 공급을 늘리는 방향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