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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물가에…한은, 기준금리 또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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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물가에…한은, 기준금리 또 동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이미지 확대보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올회 세 번째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사실상 지난해 2월 기준금리 인상에 제동을 건 뒤 14개월째 기준금리를 묶어둔 것으로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힘든 경제 여건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물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 기대하는 하반기 금리 인하도 멀어지는 분위기다.
한은 금통위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초저금리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다가 지난 2022년 4월과 5월, 7월(빅스텝), 8월, 10월(빅스텝), 11월에 이어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7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둔화, 부동산 시장 위축 등 부작용이 커지자 지난해 2월 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같은 해 3월·5월·7월·8월·10월·11월, 올해 1월·2월, 이달까지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사실상 지난해 초 한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1년 넘게 묶어둔 셈이다.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은 무엇보다 불안한 물가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를 기록하면서 2월(3.1%)에 이어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올해 1월(2.8%) 2%대 진입에 성공하면서 한은의 물가 목표치(2%)에 수렴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다시 반등한 것이다. 2%대 재진입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1.2% 오른 배럴당 90.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시장 안팎에서는 국제 유가가 2년여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 및 국제유가 움직임, 농산물가격 추이 등과 관련한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소비자물가 전망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점점 미뤄지는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도 한은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5%를 기록하면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미국 역시 물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당초 이르면 올해 1분기로 예상됐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점차 밀리는 분위기다.

김현성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3월 CPI는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스탠스를 뒷받침하며 금리 인하 기대를 크게 바꿨다"면서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지난 9일 56.1%에서 10일 15.7%까지 후퇴했고, 공급 측 인플레이션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은 금리 인하 불확실성을 높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