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부적정 대출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금융지주 지배구조가 수술대에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강력한 메시지를 내왔고, 지주회장 장기집권에 부정적 기류가 뚜렷해 이번을 계기로 대대적인 개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그룹을 이끌어온 손 전 회장이 사익을 추구한 것이 드러나면서 그간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집권에 대한 견제구를 날릴 명분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국회도 잇따른 일탈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적정 대출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 압박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지주와 은행들의 일탈과 관련해 지주회장 장기집권 견제, 이사회 정비, 책무구조도 도입 등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 정부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집권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내왔다.
실제로 이번 정부에서 지주회장들이 모두 교체됐다. 일부 금융지주 회장은 이복현 금감원장이 총대를 메고 견제구를 날리자 연임을 포기하기도 했다.
연임을 포기한 금융지주 회장은 우리금융 손 전 회장을 비롯해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 손병환 전 농협금융 회장, 김지완 전 BNK금융 회장, 김태오 전 DGB금융 회장 등이다.
지난 2022년 21대 국회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1회, 최대 6년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국회에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민간기업 지배구조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논란 탓에 본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금융권에서도 지주회장 장기집권의 순기능에만 초점을 맞추는 시각이 강했다. 안정적으로 장기적인 경영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손 전 회장의 그룹과 은행 내 지배력이 확보된 이후에 친인척 회사에 대한 부적정 대출 규모가 커졌고, 퇴임 이후에도 이어졌다는 점에서 손 회장이 오랜 기간 재임하면서 그룹 내 막강한 영향력을 축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손 전 회장은 지주가 출범한 2019년 1월부터 지주회장과 은행장직을 겸직했다. 이후 2020년부터는 지주회장직만 맡다가 지난해 3월 퇴임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11개 차주를 대상으로 총 454억원(23건)의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회장 연임 반대 입장도 굳건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은행 지주·은행의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조속히 이행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경영진을 견제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오랜 기간 ‘거수기’ ‘짬짜미’ 역할을 해왔다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또 금융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CEO) 등 금융사 임원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책무구조도도 조속히 안착시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금융지주와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계획 제출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데, 최근 일련의 일탈로 코너에 몰리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사전 특정해 두는 제도다. 지난 7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금융사들은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이후부터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오는 10월 31일까지 책무구조도를 미리 제출한 금융사에는 컨설팅과 임직원 제재 감경·면제 등 인센티브를 준다는 당근도 제시하고 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셀프연임과 장기집권 등 국내 금융지주들의 후진적 관행에 대해서는 계속 지적을 했는데 잘 안바뀌고 있다"면서 "은행은 공공성이 있는 만큼 공적인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