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수수료 얼마 받는지 투명하게 공개
과도한 수수료 지급 제한…‘1,200% 룰’ GA 확대
소비자 피해 발생 시 GA가 직접 책임져야
과도한 수수료 지급 제한…‘1,200% 룰’ GA 확대
소비자 피해 발생 시 GA가 직접 책임져야

4일 금융당국과 보험연구원 등에 따르면 내년부터 불공정 영업행위로 지목돼 왔던 선지급 수수료 관행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부터는 소비자 누구나 설계사가 얼마의 수수료를 받는지 확인할 수 있는 ‘수수료 공시제도’가 시행된다.
이어 7월부터는 지금까지 적용되지 않았던 ‘초년도 수수료 지급 한도(1,200% 룰)’가 GA(법인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에게도 확대돼, 계약 첫해에 과도한 수수료를 챙기기 힘들어진다.
2027년부터는 수수료를 한꺼번에 지급하지 않고 최대 7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바뀐다. 과거처럼 계약 직후 100만 원을 몰아서 받는 것이 아니라 매년 일정액을 나눠 받는 방식이다.
GA에 대한 규제도 본격화된다.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GA에는 운영위험평가제도가 새로 도입되고, 준법지원인력 의무화, 임원 자격요건 강화, 영업보증금 상향 등이 추진된다. 또 표준 위탁계약서를 통해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GA가 직접 책임을 지도록 했다.
금융당국이 보험 영업 관행에 칼을 빼 든 배경은 불공정 영업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막심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그간 신계약을 늘리기 위해 설계사에게 수수료를 계약 초기에 집중적으로 지급해왔다. 이른바 ‘초기 수수료 몰아주기’ 관행은 설계사들의 단기 실적 경쟁을 부추기며 불완전판매와 승환계약을 양산했고, 소비자는 가입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해지·환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생명보험의 5년차 유지율은 미국보다 29.5%포인트, 일본보다 26.9%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설계사가 초기 수수료를 더 받기 위해 기존 계약을 깨고 새 상품으로 갈아타게 하는 ‘승환계약’도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가입자는 자신에게 불리한 상품으로 옮겨가거나 원치 않는 해지·환불을 겪는 피해를 본다.
지난해 금융당국 조사에서는 대형 GA 5개사에서 351명의 설계사가 2,687건의 신계약을 모집하면서 3,502건의 기존 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킨 사례도 드러났다. 특히 설계사 1명이 41건의 기존 계약을 부당 소멸시킨 경우도 있었다. 최근 2년 기준 7개 GA에서는 408명의 설계사가 2,984건의 신계약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3,583건의 부당 승환계약이 적발됐다.
보험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9.3%가 “설계사가 수수료 수준에 따라 상품 추천이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고, 82%는 수수료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으로 단기적으로는 설계사 소득 감소와 영업조직 이탈이 불가피하고, 보험사 역시 GA 의존도와 채널 전략에 따라 자본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전반적인 시장 투명성 개선에는 기여할 것으로 봤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보험산업연구실장은 “이번 개편을 통해 보험사는 내부 조직 정비와 채널 전략 재수립에 나서야 하고, 금융당국은 제도 안착과 급격한 시장 변화에 대비한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