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규제·과징금 불확실성에 선제적 자본 확충 나섰지만
상업용 부동산시장 악화 일로… 가격 낮추거나 매도 포기
상업용 부동산시장 악화 일로… 가격 낮추거나 매도 포기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자본비율 제고를 위해 불용 부동산 매각에 나섰지만 부동산 공매 유찰 등으로 현금화 속도는 더딘 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광주 도척면에 있는 임직원 전용 골프연습장을 공매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최초 감정가는 305억 원이었다. 하지만 번번이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가 275억5000만 원까지 내렸음에도 결국 새 주인 찾기에 실패했다.
우리은행이 매각 시기를 저울질하던 안성연수원도 공매 시장에 나왔지만 한 차례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는 418억 원에서 400억 원으로 낮아졌다.
기업은행 역시 경기도 성남IT지점과 용인 수지지점 등 유휴 부동산 매각에 나섰지만 아직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부동산 매각 계획을 세운 은행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서울 망우동 지점을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처분할 계획이다. 서현동지점·상무지점·고잔지점·부산역지점 등도 매각 대상에 올라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로 상업용 부동산은 물론 주거용 부동산을 찾는 문의도 끊긴 지 오래 됐다"면서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주택 시장과 달리 상업용 부동산 시장 회복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부동산 매각에 열을 올리는 것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을 현금화할 경우 건전성 비율을 더 크게 올릴 수 있어서다. 부동산은 위험가중치가 100%라 평가액이 그대로 위험가중치로 반영된다. 부동산을 매각해서 위험가중치가 0%인 현금을 확보하면 보통주 자본 비율 개선 효과가 크다.
특히 내년부터는 국내 은행권의 표준방법 위험가중자산(RWA) 최저한도가 현행 60%에서 내년 65%로 상향되지만 부동산 매각 외에는 마땅한 자기자본 확충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국민성장펀드·배드뱅크 출자, 교육세율 인상, 중대재해 기업 신용평가 강화, 석유화학 기업 대출 만기 연장, 보이스피싱 배상, 가산금리 산정 시 법정 비용 제외 등으로 막대한 출혈이 예상되고 있지만 은행지주의 밸류업 정책 기조로 이익 유보를 통한 자본 확충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토지나 상업용 부동산에 비해 주거용 부동산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신한은행은 인천공항운서역 합숙소로 사용하던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 소재 영종주공스카이빌아파트 4채를 각 최저입찰가 2억500만 원에 공매로 내놨다. 이 중 2채는 주인 찾기에 실패했지만 2채는 매각에 성공했다. 기업은행도 합숙소로 사용하던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소재 아파트 1채를 1억3555만 원에 팔았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