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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의 아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착한 관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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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의 아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착한 관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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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 금융부 기자
엄연히 민간기업이지만 소유가 분산된 은행계 금융지주는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치금융' 논란이 반복돼 왔다.

과거 정부와 여당은 금융지주 회장 인선에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내거나 간접적으로 압력을 넣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임기가 만료된 대부분의 금융지주 회장들은 공과(功過)와 관계없이 연임이 좌절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실세 금감원장이었던 이복현 전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 집권을 문제 삼으면서 전방위적 압박을 가했고, 5대 금융그룹 중 4곳의 최고경영자(CEO)가 바뀌었다.

당시 금융권에선 과도한 관치금융에 대한 거부감은 컸지만, 금융지주 회장들이 10년 가까이 집권하면서 회사를 사유화한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특히 각종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주인 없는 회사에서 주인 노릇을 바로잡겠다는 이 전 원장의 시각에 일정 부분 공감대도 형성됐다.
분명 관치의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하고 금융산업의 속성상 관치가 필요한 때도 있다. 지난 2004년 '카드대란' 당시 "관은 치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경제관료의 말이 아직도 정치권과 관가에서 회자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이에 '착한 관치'와 '나쁜 관치'를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관치의 기준이 사안에 따라 주관적일 수 있으며, 결과가 좋고 나쁨에 따라 평가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애초에 착한 관치는 존재할 수 없다.

지난 2023년 퇴임한 윤종규 전 KB금융그룹 회장은 2014년 취임 이후 LIG손보(2015년 그룹 편입)와 현대증권(2016년 그룹 편입)을 인수했다. 2020년에는 경쟁사들을 제치고 푸르덴셜생명까지 인수해 은행-증권-보험-카드-캐피탈로 이뤄진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당시 무리한 인수합병(M&A)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윤 전 회장 시절 공격적인 M&A 전략으로 KB금융은 2024년과 올해 2년 연속 5조 원대 순이익을 올리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KB금융이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고 안정적인 1위를 차지하게 된 것은 이 당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윤 전 회장이 9년간 재임하면서 장기 집권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결국 그의 재임 기간 회사는 한 단계 도약한 셈이다.

현재 진행 중인 금융지주 회장 인선도 마찬가지다. 정치권과 관가의 시각보다는 주주와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국내 금융지주와 금융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인물이 낙점돼야 한다. 이번에 연임을 노리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모두 초임이라는 점에서 장기 집권 논란도 없기에 더욱 능력 위주의 평가가 진행돼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코스피지수는 4000을 돌파했다. 사실상 정부가 주인이라며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외국인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에 국내 금융지주 주식을 쓸어 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정부가 찬물을 붓지 않기 바랄 뿐이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