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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금리인상] 예고됐던 인상에 시장 평온 vs 4700조원 엔캐리 본격 청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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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금리인상] 예고됐던 인상에 시장 평온 vs 4700조원 엔캐리 본격 청산 우려

30년 만에 0.75% 찍은 日금리 인상 시장에 선반영
엔캐리 4700조 추정 속 시장평온… 엔화·원화 약세 지속
증권가 "급격한 엔캐리 청산 가능성 제한적"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던 지난해 8월 5일 당시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던 지난해 8월 5일 당시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일본 기준금리가 30년 만에 '0.5%의 벽'을 허물고 0.75%로 인상되면서 초저금리 기반으로 형성된 '엔캐리 트레이드'가 본격 청산될지 주목된다.

미국의 금리인하 기조가 이어지면서 미·일 금리 차는 물론 환차익 기대까지 줄어들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기관마다 추정치가 다르지만 한국은행 기준 4700조원 규모로 추정돼 청산시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반면 이미 시장에 선반영 됐고, 일본은행(BOJ) 금리인상 이후 한국과 미국증시가 평온했던 만큼 지난해 8월과 같은 패닉은 없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현재 상황이 지난해 8월 5일 '검은 월요일' 당시와 유사하단 평가가 나오면서 22일 금융시장 충격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 8월 5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8%, 11% 넘게 급락했는데, 거래소는 급락 원인으로 엔캐리 청산을 지목했다.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난 19일 일본 도쿄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 지표가 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2%대에 진입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2%대로 올라선 것은 2006년 5월 이후 19년 7개월 만이다.

일본의 장기금리 지표가 뛰는 것은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75%까지 끌어올리면서 1995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까지 인상했고 향후 1.4% 수준까지 인상할 것이라는 전제가 시장에서 선반영되고 있어서다.

최근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서 미·일 금리차 축소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로 돈을 빌려 비교적 금리가 높은 미국의 달러화 등으로 환전해 미 주식·국채 등에 투자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문제는 일본이 '금리 없는 나라'였던 시절 빠져나온 막대한 자금이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복귀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막대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엔캐리 트레이드 규모를 측정하는 정확한 정의나 기준이 없기 때문에 기관별로 추정치가 크게 다를 수 있다. 도이체방크가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엔 캐리 자금 규모는 약 20조달러에 달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규모를 506조6000억엔(한화 약 4777조6433억원)으로 추정했는데 이중 미국 금리 인하와 일본 금리 인상으로 청산 가능성이 높은 자금은 32조7000억엔(약 307조608억원)으로 추산했다.

앞서 지난해 7월과 8월에도 일본은행이 양적 긴축(QT) 발표와 함께 매파적 기자회견을 열자,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맞물리면서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이에 지난해 8월 5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8.77% 급락하면서 '블랙 먼데이'를 맞았다.

다만 이번 일본은행 금리 인상에도 '블랙 먼데이' 재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엔캐리 청산 리스크의 척도인 외국인 엔화 대출 규모가 이미 지난해부터 상당 부분 줄었고, 투기적 순매도 포지션 역시 순매수로 전환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본 금리인상 이후 인 지난 19일 국내 증시 뿐 아니라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다.

또한 다만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 출범 이후 일본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예고하면서 엔화 강세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대규모 엔캐리 청산 가능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엔캐리 청산의 트리거가 되는 엔화 강세 일정 부분 제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도 달러당 엔화 환율은 오히려 오르며 엔화 약세 흐름이 이어졌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일본은행의 금리 결정 이전 155.7엔에서 금리 인상 이후 156.6엔을 넘어서며 엔화는 약세를 나타냈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인하, 일본은행의 인상을 고려하면 미·일 금리 차 축소 기조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이는 순환적인 엔화 강세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러나 향후에도 제한적일 엔화 강세 폭과 경상수급 변화를 고려하면 엔캐리 청산에 대한 우려는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성우 DB증권 연구원은 "엔캐리 자금은 미국 경기 침체와 일본 인플레이션이 결합돼 엔·달러 환율이 급락할 것이란 기대가 형성될 때 극단적 변동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미 연준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차별화에 따른 엔화 강세 전망은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상태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엔화 약세 배팅 포지션 규모는 엔화 전망이 더 강세로 쏠리더라도 엔캐리 자금 언와인딩 파급력이 덜 과격할 수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