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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손보 ‘전면 인수’, 삼성·한화 ‘분산 투자’…보험사 해외진출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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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손보 ‘전면 인수’, 삼성·한화 ‘분산 투자’…보험사 해외진출 ‘온도차’

韓 최초 미국 보험사 M&A 성사
내수 성장 한계 속 글로벌 돌파구 모색
CEO 임기·조직·자금조달 등은 ‘걸림돌’
사진은 국내 최초로 미국 보험사 인수에 성공한 DB손해보험 사옥 전경. 사진=DB손보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국내 최초로 미국 보험사 인수에 성공한 DB손해보험 사옥 전경. 사진=DB손보 제공
국내 보험산업이 내수시장 포화에 해외공략에 나서면서 해외 진출 방식에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DB손해보험은 미국 보험사 전면 인수로 현지시장 공략 확대에 나섰다. 반면 삼성·한화 등 대형 보험사들은 지분 투자를 확대하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CEO 임기 구조와 인수·합병(M&A) 전담 조직 부족, 해외 인수 자금 조달과 관련한 규제 등 제도적 한계에 따른 전략적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다.

20일 보험업계와 보험연구원 분석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과 국경 간 M&A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DB손보는 국내 보험사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가장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며 업계 안팎으로 주목 받았다.

DB손보는 지난해 미국 특화보험사 포테그라(Fortegra Group)를 약 2조3000억 원에 100% 인수하며 국내 보험사 최초로 미국 보험사 전면 인수에 성공했다. 국내 보험사가 미국 보험사를 통째로 인수한 사례는 보험업계 M&A 역사상 DB손보가 처음이다. 단순한 해외 투자나 전략적 제휴를 넘어, 내수 의존적인 사업 구조를 해외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DB손보처럼 보험사를 전면 인수하는 방식은 아니더라도, 다른 대형 보험사들 역시 지분 투자 등 재무적 투자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추세다. 삼성화재는 영국 로이즈 시장의 캐노피우스(Canopius) 지분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해외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전략적 지분 투자와 협업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글로벌 손해보험 시장에 접근하는 보수적 전략이다.
삼성생명 역시 영국과 프랑스 자산운용사 지분 투자 등 보험영업보다는 자산운용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춘 해외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도 그룹 차원의 공동 전략 아래 동남아 금융사와 보험사 지분 인수를 병행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인도네시아 리포손해보험 사례처럼 단계적으로 지분을 확보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단일 보험사 전면 인수보다는 리스크 분산을 중시하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 진출에 나서는 배경에는 국내 보험산업의 성장 정체가 자리하고 있다. 국내 보험산업은 2010년대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며 내수 중심 사업 모델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 수익 기반 확보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해외 진출과 국경 간 인수·합병(M&A)이 필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장기 수익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험사를 직접 인수하는 방식이 필요하지만, DB손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여전히 소수 지분 투자나 재무적 투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과 유럽 보험사들이 대형 M&A를 통해 해외 매출과 이익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린 사례와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최고경영진의 짧은 재임 기간으로 인해 해외 M&A처럼 중장기 성과가 나타나는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인수 이후 통합(PMI)을 전담할 조직과 인력 역시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특히 현행 제도상 보험사의 채권 발행 목적이 제한돼 있어 대규모 해외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유연하게 조달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문제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국경 간 M&A는 단기 실적 개선이 아니라 장기 수익 기반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인 만큼, 경영진의 임기 안정성과 전담 조직 강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보험회사의 해외 사업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정책적 뒷받침 역시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