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SK하이닉스 ‘인디애나 승부수’, 법정 리스크 직면… 5조 투자의 명운, 5월 ‘법적 자격’에 달렸다

글로벌이코노믹

SK하이닉스 ‘인디애나 승부수’, 법정 리스크 직면… 5조 투자의 명운, 5월 ‘법적 자격’에 달렸다

국내 업계 “원고 적격성 기각 여부가 사업 속도의 결정적 분수령”
반도체법 보조금 6700억 원 집행 시나리오, 현지 소송 향방에 ‘촉각’
미국 인디애나주 서라파예트에 건설 예정인 SK하이닉스(SK hynix)의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인디애나주 서라파예트에 건설 예정인 SK하이닉스(SK hynix)의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상징하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인디애나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 사업이 예기치 못한 ‘법적 문턱’ 앞에 섰다.

이번 소송은 고대역폭메모리(HBM) 현지 생산 거점 확보라는 국가적 과제와 맞물려 있으며, 법원의 판단에 따라 5조 원 규모의 투자 집행 속도와 연방 정부 보조금 수령 시점이 결정될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현지 매체 '라파예트 저널 앤 커리어(Lafayette Journal & Courier)'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인디애나주 티피카누 순회법원은 해당 건설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과 관련해 원고 측이 소를 제기할 실제적인 ‘법적 자격’을 갖췄는지 여부를 최우선 심리 과제로 정조준했다.

용도 변경 둘러싼 9개월의 암투… ‘Standing’ 장벽에 막힌 반대 여론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은 법률적 용어로 ‘상임권(Standing)’, 즉 원고 적격성 여부다.

SK하이닉스 측 대리인인 앨런 타운전드(Alan Townsend) 변호사는 이날 심리에서 “Standing은 법정에 들어서기 위한 최소한의 입장권”이라며 “원고 측이 공장 건설로 인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개인적 손실을 보았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법원은 이 사건의 실체적 내용을 심리할 권한 자체가 없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실제로 이번 갈등은 지난해 5월 서라파예트 시의회가 해당 부지를 주거용에서 산업용으로 전격 변경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주민들은 공공 보건과 안전 위협을 이유로 6대 3이라는 의회 표결 결과에 불복, 지난 6월부터 집단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숀 퍼신(Sean Persin) 판사는 “원고 자격이 없으면 본안 심리는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며, 오는 5월 14일 원고 적격성 확정 심리를 예고했다. 이는 9개월간 공전해온 소송의 종지부를 찍거나, 혹은 장기전으로 가는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5조6000억 원 투입되는 ‘HBM 전초기지’… 美 보조금 환수 리스크 관리 비상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에 쏟아붓는 재원은 총 38억 7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조6000억 원에 이르는 거대 자본이다.

이곳은 단순한 생산 기지를 넘어 6세대 HBM4 및 7세대 HBM4E 등 차세대 인공지능(AI) 메모리의 ‘어드밴스드 패키징’을 담당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미국 상무부가 지난 12월 확정한 4억5800만 달러(약 6700억 원)의 직접 보조금과 5억 달러 규모의 저리 대출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동력원이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은 건설 공정의 단계적 달성(Milestone)을 전제로 지급된다”며 “현지 소송으로 인해 환경 영향 평가가 지연되거나 공사 일정이 뒤로 밀릴 경우, 보조금 지급 시기가 늦춰지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자금 조달 조건이 변경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인디애나주 정부가 약속한 6억8500만 달러(약 1조 원) 규모의 인센티브 역시 성과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어, 법정 리스크 관리가 사업 수익성과 직결되는 구조다.

‘포스트 삼성’ 꿈꾸는 인디애나의 딜레마… 상생과 규제의 줄타기


인디애나주는 이번 투자를 통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유치 성과를 거뒀지만, 지역 사회 내부의 갈등은 갈수록 골이 깊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 처리와 화학물질 노출에 대해 날 선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대응해 SK하이닉스는 유해 물질 배출을 극소화하는 ‘2중 배기가스 처리 시스템(SCR)’ 도입을 선언하고, 퍼듀대학교와 연계한 인재 양성 및 1000여 명의 신규 고용 창출 카드로 민심을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을 단순히 한 지역의 님비(NIMBY) 현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이는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미국의 보조금 정치와 현지 환경·노동 규제가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5월 14일 법원이 내릴 ‘원고 적격성’ 판단은 SK하이닉스의 2028년 하반기 양산 계획은 물론, 향후 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 직면하게 될 ‘현지화 리스크’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