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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寅은 호랑이…저자로 나오면 虎患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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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寅은 호랑이…저자로 나오면 虎患이 된다"

[장현주의 동양학에 묻고답하다(25)] 寅은 산중호걸, '사람다운 사람'

寅木 호랑이는 산에 있어야만 호랑이다워


세상에 나오면 부러지고 남에게 배척당해


때와 인연을 만나야만 활개를 편다(演)…


이런 사람은 '士爲知己者死' 죽음도 불사


[글로벌이코노믹=장현주 한글한자성훈색형(聲訓色形)연구소 소장] 존재란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딱히 돈으로 구체화된 환가가치를 말함이 아니다. 사람을 인(人)이라고 한 데는 그 존재가 땅으로만 고착되지 않고 더 높이 더 멀리 하늘로 뻗고자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신과 인의 관계가 드러난다.
십년 전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닮은 남해대교로 유명한 남해섬에 한동안 가있었다. 거기서 틈만 나면 산비탈을 끼고 시원하게 트인 바다나 동네를 어슬렁거리곤 했는데, 아마도 이런 봄 무렵이었을 게다. 마냥 봄이라기에는 아직 매서운 추위가 남아있는 길을 나서면 펼쳐지는 남해섬의 독특한 논밭 모습은 대부분 산비탈을 의지한 계단식이라 곳곳에서 누렁이 황소(丑)를 끌고 갈아엎는 써레질 풍경이었다. 논이나 밭은 봄에 파종을 하기 전에 반드시 아래 위 흙을 고루 뒤지고 엎어 평평하게 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것을 ‘썬다’고 한다. 이때 써는 건 칼로 자르는 것이나 사람의 이로 씹는 것과 같은 뜻이다. 소화되기 쉽게, 또는 자라기 쉽게 하기 위함이다.

시골 여염집에서 소가 가족으로 맞대우 하는 축이었던 건 고기의 용도로써 길러지기보다 늙어죽을 때까지 농사일을 함께하며 가족을 배불리기 때문이었다. 소가 하는 가장 큰 일이 이 써레질로 땅을 갈아엎는 것이다. 이 갈아엎는 것은 지구라는 한 땅덩어리 근본을 바꾸는 건 아니지만, 밭이라면 이전 해와 같든 다르든 새 작물을 심는 것이고, 생명을 키워낼 흙으로 깨우는 것이다. 왜냐하면 겨우내 땅은 무수한 미생물과 함께 온갖 것들이 뒤엉켜 다져진 상태기 때문이다. 딱딱하게 굳은 데선 아무 것도 자라지 못한다.

▲고김보현교수의작품'호랑이'.산중호걸호랑이는산에있어야호랑이답다.이미지 확대보기
▲고김보현교수의작품'호랑이'.산중호걸호랑이는산에있어야호랑이답다.
그래서 사람의 지지에 축(축월은 양력 1월)이 나타나고 강하게 자라 오르는 갑(木)이 함께 한 해(올해는 갑오년)에는 이런 새 생명을 싹 튀우는 역전이나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 이건 사람에 따른 개별 상황을 말할 수도 국운을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만만찮은 변수가 있다. 예컨대 흔히 우리가 띠를 말할 때 12가지 동물이 든 해(年)만을 기준으로 하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여기서 띠는 말 그대로 허리띠처럼 일종의 밴드(Band) 같은 개념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이 띠의 지지는 사주에만 해도 사람마다 네 개씩은 반드시 들어있다. 특히 지장간을 말할 때는 기실 이 띠의 성질은 무시되고 천간만을 반영한다. 즉 지지 속에 들어있는 천간으로만 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태까지의 띠는 호랑이띠처럼 해의 띠운으로 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띠를 밴드라고 말한 까닭은 그것이 하나 정도 있을 때는 그 힘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화살이 하나일 때는 누구라도 부러뜨릴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적어도 둘 이상이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지지의 기운도 마찬가지다. 두 개 이상의 지지 밴드가 겹치며 그에 상응하는 천간 또한 둘 이상은 겹쳐져야 그 사람을 움직일 만 한 것이다. 그래서 사주 안에 천간지지가 제각각인 사람은 그 존재자체가 유명무실하다. 또한 사주라는 것은 태어난 시점만 반영된 것이니만치, 현재 시점의 시시각각 사주와 환경, 주변 사람들이 갖고 들어오는 사주도 함께 반영되어야만 한다. 이 말은 이것을 이 모든 변수에 대입하며 통계학으로 푸는 것 자체가 어떤 식으로든 오류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신’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갖게 된다. 신(神)은 즉 직관이다. 이것은 데이터가 없어도 보이는 것이다. 아니 데이터로는 볼 수 없는 영역이다.

인(寅)은 호랑이다. 하지만 이 寅자는 중국식으로 한껏 왜곡된 한자다. 기원전과 기원후의 경계에 만들어진 <설문해자>조차도 적잖은 원래 한자 뜻의 해석 오류가 있다. 쉽게 말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현이 아주 많이 등장한다. 실제로 가장 자세하다는 네이버 한자를 검색해도 한자는 있는데 무슨 뜻인지 ‘null’표시가 된 한자가 적어도 1/3은 된다. 寅자의 갑골문은 여러 형태나 같은 뜻을 드러낸다. 위로 향한 화살표에 아래 리본모양이 붙어있다. 이것은 해부학이기도 하고 정신계의 얘기이기도 하다. 흔히 위로 향한 화살에 아래 동그라미가 붙은 남성상징과 동그라미 아래 더하기를 붙인 여성상징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이 상징들의 유래는 갑골문이다. 갑골문에는 유독 화살과 실의 매듭 모양이 많이 등장한다. 여기서 위로 향한 화살은 신(神)의 지향이다. 그런데 寅자 갑골문의 아래 리본모양이 해부학이라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동양의학에서 사람의 앞 중심선과 뒤 중심선은 마음의 영역이면서 구체적인 장부들이 지배한다. 심장(火)과 폐(金)가 그것이다. 신(神)의 지향은 이 리본 모양의 앞뒤중심선이 막히지 않고 시원하게 뚫려있어야 가능하다는 표현인 것이다. 이것은 몸과 마음이 조화롭고 투명한 상태여야 정신적으로도 맑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것은 후대 한자모습인 寅자의 갓머리(宀)에서도 드러난다. 현대에 와서 이 宀부수는 흔히 지붕으로 해석한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나타낸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전을 조금만 뒤적여도 그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갓은 정수리 신의 도두라진 표현이다. 조선시대 양반이 상투 틀고, 귀 위에 관자 박은 망건을 이마에 두른 후에 갓을 쓴 그림을 보았을 것이다. 허나 그건 조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조선은 알다시피 고조선을 모토로 삼았다. 갓과 상투는 고조선의 시점인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어떤 이유에선지 정수리를 몹시 높이고 싶어 했다. 불상의 정수리처럼. 왜 그랬을까. 그것은 신라시대 편두로도 드러난다. 편두는 아예 머리 양옆을 눌러 머리 형태 자체를 길게 만들었다.

한글 ‘신’의 ‘시옷’은 인체의 앞 중심선을 통제하는 폐대장 특히 심보(심포)이며, ‘니은’은 인체의 뒤 중심선을 통제하는 심소장 특히 삼초(관자놀이)를, 그리고 ‘이’는 그것을 꿰뚫는 것(곤丨)으로, 음과 양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았다(음양화평)는 뜻이다. 그래서 신은 마음이 없는 천간의 세계(우주)를 보지 않고도 통틀어 안다는 뜻이 되고, 살에 갇힌 인(이응(땅土), 人=寅)은 그 신을 지향하는 가장 사람다운 사람의 모습을 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전통의 갓이 서양의 갓(God)과 유사한 발음인 건 정말 우연일까.

호랑이는 산중호걸이다. 요즘 백두산에서 호랑이가 자주 목격된다고 한다. 그러나 산에 있어야 호랑이는 호랑이답다. 호랑이가 저자에 내려오면 호환이 되는 것이다. 왜 유독 호환일까. 인목은 저자(세상)에 있으면 부단히 부러지고 배척당한다는 뜻이다. 얼마 전에 <정글의 법칙>에서 야생의 호랑이가 물속에서 노니는 장면이 방영됐다. 그 주위에 어떤 동물도 범접하지 못한다. 그것은 하나의 독보적인 기운이다. 호랑이는 아주 배가 고파야 포식하지 않고 배불릴 것이다. 그리고 거기가 세상이라면 제 물을 만나야만 활개를 편다.(演) 그래서 사람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는 죽음도 불사하는 것이다. 사람은 사람인 필요로서 이 땅 지구에 온 소명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