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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엔 감성·창의력 겸비한 인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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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엔 감성·창의력 겸비한 인재 필요"

[글로벌 CEO에게 대학의 미래를 묻다(5회)] 김은미 CEO스위트 대표

인문학을 세상 속으로 끌어내고

인간에 대한 폭 넓은 통찰력 키워

새로운 가치 창출하는 데 활용해야

공학이 1+1=2라는 프로세스라면

인문학은 1+1=10이 가능하게 하는

무궁무진한 자원의 보물 창고


글로벌이코노믹은 ‘글로벌 CEO에게 대학의 미래를 묻다’ 다섯 번째 손님으로 오피스 서비스 기업 CEO스위트(CEO SUITE)의 김은미 대표를 초대했습니다. CEO스위트는 사무실을 비롯해 회의실, 비품, 비서 인력, 법무, 재무회계, 인사 등 기업운영에 필요한 원스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적인 오피스 서비스 기업으로 현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국 상하이, 태국 방콕 등 아시아 8개국 9개 도시에 19개 지점(1000여개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오피스 서비스 기업 CEO스위트(CEO SUITE)의 김은미 대표이미지 확대보기
오피스 서비스 기업 CEO스위트(CEO SUITE)의 김은미 대표
-김은미 대표님 안녕하세요? 이번에 한국 방문은 일정이 짧아 스케줄이 매우 타이트하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최근에 강남구 파르나스타워에 CEO스위트 한국 2호점을 오픈 하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픈 파티 때 가보니 파르나스타워 지점이 광화문 지점 못지않은 입지 조건과 세련된 품격을 가진 비즈니스센터여서인지 오픈하자마자 고객사가 줄을 이어서 이미 사무실은 거의 만실이라고 들었습니다. 정말 뿌듯하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비즈니스는 삶과 인생을 나누는 일입니다. 그 동안 저와 진심어린 교감을 주고받았던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런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제가 보기에도 대표님의 다른 사람에 대한 ‘마음 챙김’은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만날 때마다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영감과 열정을 심어 주시고, 어려움을 겪는 이에겐 항상 따듯한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으시니, 그런 대표님 주위에 사람이 없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지요. 앞으로도 대표님이 하시는 사업이 더욱 번창하시길 바라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몇 말씀 여쭙겠습니다. 대학생 자녀가 있으신 데다, 평소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멘토 역할을 많이 해 오셔서인지 대학교육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대학이 위기다’라는 인식이 사회전반에 확산되고 있는데 대표님은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대학에서 배운 지식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리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미 하늘에는 어릴 때 우리가 상상하던 조종사 없는 비행체인 드론이 날고, 땅에는 기사 없는 무인자동차들이 도로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또한 머지않아 지금의 직업 1/3이 사라진다고 하는 오늘날에는 학위조차 그 존재감이 희미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다면 오늘날 대학에서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현재 눈앞에 도래한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가 뭐래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승자는 원천기술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기술을 선택하고 응용하여 가치를 극대화하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대학의 교육은 인간만이 가진 감성과 창의력을 발달시켜, 인간의 대한 이해를 보다 폭넓게 할 수 있는 인문학에 바탕을 두어야 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은 인문학을 현실과 유리된 학문으로 인식하여 홀대하거나 아예 관련학과를 폐과시키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인문학이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이어서가 아니라 인문학을 어떻게 세상과 접목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적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인데 말이지요. 텍스트 속의 인문학을 세상과 만나게 하고 세상 속으로 이끌어 내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대학교수나 학자의 역할인데, 그런 그들 중 상당수가 당장의 효용가치에 매몰되어 인문학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현재 대학에 몸을 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대표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특히 산업수요에 따라 학과를 개편하고 정원을 조정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에서 공대를 증원하는 대신 가장 많이 정원을 감축한 분야가 인문•사회계열이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대표님의 염려가 기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인문•사회 계열인 역사학과나 어문학과 등이 오늘날의 대학사회에서 어떻게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공학이 1+1=2를 만들어내는 프로세스라고 할 때, 인문학은 상상력을 통해 1+1=10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자원입니다. 역사학이나 어문학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역사학은 인류의 경험을 후세에 전해서, 잘한 것은 본받고 잘못한 것은 경계하도록 도와주지요. 따라서 역사학의 목적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연구가 아닌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현대의 삶을 보다 융성하게 하는 것에 있어야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대학의 역사학과 커리큘럼에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실생활에 접목하게 하는 과목이 개설된다면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역사적 소재를 바탕으로 드라마나 영화, 혹은 뮤지컬의 콘텐츠를 창작해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스토리는 역사 속에서 찾되 대사나 의상, 무대를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하여 구성한다면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역사학은 문화 콘텐츠의 보물창고가 아닐까요. 영문학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은 주인공 또는 등장인물의 관점을 이해하는 ‘관점전환훈련’이나 ‘공감능력’을 길러주는 커리큘럼을 통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터득할 수 있습니다. 또는 문학 속에 숨어있는 등장인물들의 주거생활, 생활방식, 요리법 등을 빅데이터로 활용하는 과목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학과명에서 풍기는 고리타분함 때문에 학생들이 학과선택을 기피한다면 기술영역과 융합한 현대적 감각의 학과명으로 개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역사 콘텐츠학과나 영문학 스토리텔링학과 정도가 어떨까 싶네요.”

CEO스위트 김은미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감성과 창의력을 겸비한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이미지 확대보기
CEO스위트 김은미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감성과 창의력을 겸비한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와, 정말 대표님의 혜안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네요. 대학을 하나 세우셔도 잘 운영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님과 인문학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갑자기 대표님께서는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지 궁금해지는데요.
“저는 인문학이 사람에게 좀 더 깊이 다가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인지 저의 인문학 공부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지 알고 싶은 호기심에서 출발한 것 같습니다. 특히 저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 여러 나라 사람들의 삶이나 생활상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저는 주로 책을 읽습니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독서라고 생각하니까요. 특히 소설을 통해 저는 세상을 읽습니다.”

-다른 종류의 인문학 서적도 많은데 굳이 소설을 가장 선호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게 있어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글로벌 조사방법의 1위가 소설읽기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내 삶 말고 다른 사람의 삶을 직접 살아볼 수 없으니까요. 되도록 많은 나라의 다양한 소설을 구해서 읽고 있습니다. 소설을 통해 저는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태어났고, 어떻게 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믿고 무엇에 기뻐하고 무엇에 슬퍼하는지도 알게 됩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그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헤어지고,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어떻게 죽는지를 알게 되지요. 또, 과거에는 이렇게 살았는데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구나에 대한 인류 역사의 변화과정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정말 소설에는 인간 삶의 자화상이 모두 담겨있어요. 그래서 인문학은 여타 사회과학의 근본이 되는 것 같습니다. 국가나 사회, 그리고 문화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을 이해해야 하니까요.”

-가끔 대표님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어떻게 저렇게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실 수 있을까 궁금했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대화를 나누다보니 평소 소설 읽기를 통해 얻어진 대표님의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 바탕이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소설은 때로 많은 대화의 모티프가 되기도 하고 많은 대화의 결말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소설을 통해 일본인의 DNA, 중국인의 DNA를 스캐닝하고, 그것들을 인간관계에 잘 적용하면 거기에서 좋은 비즈니스 관계가 형성되고 깊은 우정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책은 반드시 양서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없는 책은 정크 푸드일 뿐입니다. 정크 푸드는 당장의 허기는 달래줄 수 있어도 결코 몸에는 이롭지 않지요. 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하지만 양서라고 해서 고전만을 고집하거나 어려운 책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우선은 읽는 기쁨이 있고, 자신의 눈높이에 맞으면서도 작은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 줄 수 있는 책이 자신만의 양서가 아닐까 싶어요.”

-대표님이 아시는 글로벌 기업가 중에 가장 독서를 많이 하시는 분을 꼽으라면 어떤 분이 있을까요.

“큰 기업을 일구신 분들은 대부분 독서의 중요성을 알고 계시는 분들입니다. 독서 없이 자신의 경험만으로 글로벌 시대의 일류기업을 경영하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얼른 떠오르는 분이라면 아모레 퍼시픽의 서경배 회장님을 들 수 있는데요. 이 분은 대단한 독서 매니아이셔서 독서를 통해 얻은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제품의 스토리텔링에 십분 발휘하고 계시지요. 대표 브랜드인 설화수라는 제품명에 혹독한 자연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설화(雪花)처럼 강인하면서도 신비한 동양의 여인상을 담아내어 한국의 미의식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만드셨죠. 특히 수많은 재료들 중, 전통 한방재료인 고려인삼을 사용하여 재료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고품격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그 분의 인문학적 통찰력이 만들어낸 훌륭한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앞으로 기업하는 분들이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이처럼 인문학적 소양을 통해 기업에 고유의 영혼을 불어넣는 일일 겁니다. 껍데기를 모방하는 데는 단 1초도 걸리지 않는 시대가 이미 도래하고 있으니까요.”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직원들의 인문학적 통찰력을 고양하기 위한 독서경영을 시도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는 적이 있는데 이 역시 독서를 중요시하는 경영자의 마인드와 무관하지 않았네요. 지금까지 김은미 대표님과 인터뷰를 하면서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인문학은 인간이나 기업에 생명을 불어넣은 영혼의 샘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에 있어서 인문학은 어떤 의미일지를 묻는 질문으로 오늘 인터뷰는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제품이 가진 품질과 이미지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품질은 다른 기업과 격차를 벌이기도 어렵고, 설사 격차를 벌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금세 추월당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의 마음을 잡는 제품은 하이퀄리티의 바탕 위에 고상함이라는 이미지가 덧입혀졌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고상함을 만드는 심미안은 인문학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요. 고상함과 하이퀄리티는 비단 기업의 성패만을 좌우하는 것이 아닙니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대학 간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학이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 역시 대학 본연의 고상함과 교육의 하이퀄러티가 아닐까 싶습니다.”

신현정 중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