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에게 대학의 미래를 묻다(6회)] 박재인 (주)아미글로비즈 대표
입학하자마자 미래 특정짓는 것은 위험할 수 있어
오늘 ‘글로벌 CEO에게 대학의 미래를 묻다’는 작년까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상무를 역임하면서 삼성그룹 내 여풍(女風)을 주도한 박재인 (주)아미글로비즈 대표를 초대했습니다. 박 대표는 여성직원들의 ‘워너비’로 불립니다. <
편집자 주
-박재인 대표님이 새롭게 운영하는 회사가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간략하게 회사 소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주)아미글로비즈는 공간디자인 전문회사로 공간 콘셉트 개발과 브랜딩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는 글로벌 디자인 회사입니다. 건축전문가, 인테리어디자이너, 조명디자이너 및 그래픽디자이너로 구성된 팀빌딩을 통해 상업•식음공간 및 주거•호텔 디자인을 기획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은 어떤 계기로 지금의 디자인 업무와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요.
“누구나 그렇지만 대학 다닐 때 미래에 대한 고민을 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특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고 내가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를 주로 고민했던 것 같아요. 졸업하고 나서는 곧바로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동부와 서부, 남부의 문화적 차이를 경험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 뉴욕 등에 지원해서 근무했는데요, 그때의 경험이 아직도 저의 디자인 기획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학 때,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로 지금의 대표님이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기성세대들이 오늘날 청년들에 대해 논할 때 자주 등장하는 문구가 ‘요즘 청년들에게는 꿈이 없다’는 건데요. 자신만의 꿈을 찾기 위해 누구보다 대학시절을 치열하게 보냈던 박 대표님은 이런 최근 경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국 사회의 청년들은 유독 어린 시절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너의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우리 사회가 성공한 인생에는 반드시 꿈을 꾸는 행위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어서겠지요. 그래서인지 청년들 중에는 꿈에 대해 강박증을 느끼는 경우도 상당 수 있어 보입니다. 고민해 봐도 자신에게 맞는 꿈을 찾지 못했거나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꿈조차 설정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낙담하고 심한 경우에는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기도 합니다. 사실 꿈을 꾸지 못하는 것은 정말 꿈이 없거나 찾을 수 없다기보다는 청년들이 자기 앞에 놓인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미지 확대보기신중한 고민 끝에 얻는 게 허상이 아닌 진정한 꿈
“청년들이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자신의 인생, 특히 직업에 대해 미리 결정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저는 섣불리 자신의 미래를 특정짓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목표 설정이 이르면 이를수록 조금 더 빨리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 길이 정말 나를 행복한 삶으로 인도하는 길일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제 경험상, 너무 어린 시기에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 친구들 중 상당수가 나중에 자신이 선택한 길을 후회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이른 시기부터 자신의 갈 길을 정해 놓은 청소년들은 그 길이 본인이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일이어서 선택한 것이라고 믿고 싶겠지만 사실 그 꿈은 부모가 원하는 직업이나 혹은 당시 사회가 우상화한 직업과 혼동해서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차피 인간은 환경의 지배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도의 문제이지요. 아직은 자기 자신과 삶에 대한 통찰이 미숙한 청소년기의 직업선택은 오히려 부모의 아바타가 되거나 자신이 원하는 직업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하는 악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청소년기에는 실제적인 사회경험이 부족한 데다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위한 뜨겁고 진지한 고민의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엔 대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나는 이렇게 살 것이다.’를 미리 정해 놓기보다는 대학생활을 통해 앞으로 자신에게 펼쳐질 다양한 가능성에 주목하는 편이 자신의 행복한 삶을 개척하는데 훨씬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위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는 확실한 경험과 미래에 대한 신중한 고민 끝에 얻어지는 꿈이야말로 허상이 아닌 진정한 꿈으로 실현될 확률이 높으니까요.”
이미지 확대보기“저는 대학은 직업학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직업학교를 꿈꾼다 해도 시시각각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이제 더 이상 대학교육만으로 즉전력(卽戰力; 실전에 투입되었을 때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전문인을 양성하기는 쉽지 않지요. 왜냐하면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스킬은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되어 가고 있을 테니까요. 따라서 대학은 전문인 육성에 앞서 전문인이 될 수 있는 기본적 소양을 키워주는 교육을 더욱 중시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최근 꿈이 없는 대학생들이 많다는 것은 어쩌면 진짜 꿈을 찾아 줄 교육의 기회가 아직은 대학의 책무로 남겨져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요.
꿈을 찾아주는 소양교육을 위해서는 우선 교수와 학생이 1 대 1로 만나 진솔한 인생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제공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스승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인생의 승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열쇠이니까요. 둘째로는 학생들에게 보다 다양한 경험프로그램을 제공하여 학생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게 하는데 대학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만약 학생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에서 즐거움까지 발견할 수 있다면 바로 그 때가 그들의 진짜 꿈이 잉태되는 시점일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성공한 직업인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대학이 최대한 많이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말하는 성공한 직업인은 일반적인 사회 통념상의 고액 연봉자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을 실현함으로써 진정한 행복을 찾은 직업인입니다. 갈 길을 몰라 헤매는 대학의 청춘들에게 좋은 스승과 좋은 경험, 그리고 성공한 멘토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학교육이 추구해야 할 지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표님 말씀을 듣다보니 대학 때 제 은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르네요. “좋은 교육은 찡그리며 일하는 판사를 만들기보다 콧노래를 부르는 목수를 만드는 일이다”라고 하시던... 오늘 우리나라 대학교육에 대해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앞으로 대표님께서도 많은 대학생들의 훌륭한 멘토가 되어 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신현정 중부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