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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백, 백신패스, 세이프가드, 테이퍼링 “무슨 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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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백, 백신패스, 세이프가드, 테이퍼링 “무슨 뜻이지?”

[고운 우리말, 쉬운 경제 29] 고칠 생각 없는 공공기관 ‘외국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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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한글날(10월 9일)을 앞두고 정부부처가 공공에서부터 우리말 사용을 당부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쉬운 우리말 쓰기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최근 부처들이 내놓는 보도자료를 보면 외국어가 여전하다.

“정부가 내달 1일부터 두 달간 카드 사용액의 최대 10%를 환급해 주는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을 시행한다.”
캐시백은 물건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에게 일정 금액을 적립해 주는 것이다. 쉽게 우리말로 ‘적립금’, ‘적립금 환급’이라고 쓸 수 있다. 많은 한글 단체와 신문 매체에서 ‘적립금’이라고 쓰자고 해도 소귀에 경 읽기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설명회에서 ”내일(10월1일) 발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안에는 백신패스 내용이 없다“라고 말했다.”

백신패스는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해 곳곳에서 보인다. 이 말을 ‘쉬운 우리말을 쓰자’라는 누리집에 ‘백신 통과’라고 하자는 의견이 올라왔다. 좋은 제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영국의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한 양허정지 권한을 유보한다는 통보문을 28일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세이프 가드(safe guard)는 오래전부터 공공기관에서 애용하는 외국어다.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긴급 수입제한 조치’라는 뜻이다. 쉬운 우리말을 두고 구태여 외국어를 쓰는 격이다.

양허정지도 어렵다.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이다. 국가 간 사전에 맺은 약속(양허)을 중단하고 수입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긴다는 것이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28일 열린 임원 회의에서 "올 하반기 들어 미국의 테이퍼링 및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되고, 헝다(恒大)그룹을 비롯한 중국 부동산 부문에 대한 부실 우려도 고조되고 있어 국내 금융시장에 '퍼펙트스톰'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나오는 테이퍼링도 문제다. 테이퍼링(tapering)은 ‘폭이 점점 가늘어진다’는 뜻이다.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시중에 푼 돈(양적완화)을 점차 줄인다는 것이다. 경제 용어로 ‘자산매입 축소’라고 한다.

이어 ‘퍼펙트 스톰’이 나온다. 언어 사용에 ‘멋’을 부린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말은 원래 기상용어다. 하나로는 위력이 크지 않은 태풍이 다른 자연 현상과 겹쳐 거대한 위력을 보여 큰 피해를 준다는 뜻이다. 경제용어로는 ‘초대형 복합위기’이다.

우리말로 쉽게 표현할 수 있고,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가 있는데도 공공기관은 외국어를 쓴다.

곧 한글날이 다가온다. 올해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지 482주년이 된다. 고난의 일제강점기에서도 목숨을 걸고 지켜왔던 우리말이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말을 정작 우리는 외면한다. 고운 우리말을 지키자.

감수 : 황인석 경기대 교수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