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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마그리트, 상상으로의 초대'…게임엔진으로 만든 가상공간의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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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마그리트, 상상으로의 초대'…게임엔진으로 만든 가상공간의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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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마그리트, 상상으로의 초대'
흐린 날에도 장미는 핀다/ 염원 피워올린 밤안개 타고/ 사반의 십자가 요동을 친다/ 청춘 인도의 자석은 도봉으로 몸을 숨기고/ 바람 겨울이 열정을 껴안는다/ 혜자(惠慈)의 아침은 선지식의 빛/ 고독은 지혜의 강을 건너는 열쇠/ 상처는 스스로 아물어 가고/ 흔적 없는 울음이 빛을 굴린다/ 성에 낀 아침의 풍경채집가/ 꿈 굴리며 즐거웠던 그날 반딧불/ 느릿하고 노릇한 따스함 속으로/ 내가 붙잡을 그리운 것들/ 책 속의 상상을 포집한다

링카트(LINKART, 안무·예술감독·대표 장혜주) 주최·주관, 서울특별시·서울문화재단 후원, 최원석·오윤형·이세나·장혜주 출연, 장혜주 안무의 콘텐츠 「마그리트, 상상으로의 초대」는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화(畵)의 미학적 영상과 독창적 이야기 전개로서 무용계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며 메타버스 콘텐츠의 가망성을 보이는 선두 군(群)이 된다. 창작의 신선도를 높인 세 작품은 오감을 자극하며 협업하는 타 장르의 예술가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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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몽상가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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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몽상가의 초대'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를 오마주한 안무가 장혜주의 「마그리트, 상상으로의 초대」는 3부작 「몽상가의 초대」, 「외줄 위에 선 여인」, 「빛의 제국」이란 시적 제목을 달고 무용 예술의 흐름을 조율한다. 그녀는 자신의 상상력을 기존의 틀과 유형을 달리한 무용, 영상, 음악, 연극 등에 담는다. 게임엔진을 활용한 공연은 가상공간에서 미학의 상부를 지향한다. 비교적 새 매체에 적응하는 움직임들은 초창기 실험영화가 보여준 놀라운 전통을 이어 간다.

2021년도 코로나19 예술지원 사업 <ART MUST GO ON>(서울문화재단) 선정작 「마그리트, 상상으로의 초대」는 순수예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차별화되는 디지털 기기 사용과 영상기술을 접목하여 댄스 콘텐츠 예작(藝作)이 된다. 창작집단 링카트의 안무가 장혜주와 연출가 최교익(신한대 교수)은 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트리며 메타버스(가상공간) 융합 방법을 제시한다. 가상공간에서는 다양한 상상력의 온라인 미디어아트 퍼포먼스가 가능성을 실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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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몽상가의 초대'


안무가 장혜주는 르네 마그리트의 동명 「빛의 제국」에서 초현실주의 창작 정신을 기리며 창작자의 상상력을 확장한다. 장혜주는 마그리트作 ‘빛의 제국Ⅱ’(1950)의 낮·밤 공존의 아이러니한 느낌 구현, 게임엔진을 가동한 가상공간에서의 빛의 분위기와 몸의 움직임이 어우러진 상상 속 공간 연출을 돋보이게 한다. 이런 효과는 유니티 타임라인과 시네 머신을 통한 카메라 운용, 크로마키 기법을 사용한 캐릭터 합성, 타깃 트래킹 등으로 구현된다.

장혜주 콘텐츠는 PC, 스마트폰 등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시대에 적합한 순수예술의 발전 가망성을 열어둔다. 무대장치를 활용한 원테이크 퍼포먼스의 「몽상가의 초대」, 음악적 서사가 돋보이는 「외줄 위에 선 여인」, 게임엔진을 통해 제작된 가상의 공간에서의 댄스 마그리트 「빛의 제국」에 이르는 세 가지 유형의 작품이 선보인다. 안무가는 르네 마그리트의 정서를 토대로 한국적 이미지 창출과 이야기 전개로서 색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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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빛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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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빛의 제국'


온라인 퍼포먼스 「마그리트, 상상으로의 초대」는 안무가가 대중성 농후한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작품을 무용극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작품은 환상과 현실을 대비시킨 실사 영상, 컴퓨터 그래픽, 실제 캐릭터와 가상공간 등 실감형 콘텐츠 기술을 접목하고 이야기를 첨가한다. 원작의 상징화를 통한 추상적 움직임과 ‘시공간의 경계 허물기’로서 창작자의 상상력은 극대화된다. 장혜주 주축의 온라인 미디어 예술 창작활동은 지속적 가능성을 담보한다.

「몽상가의 초대」 : 캔버스 위에 푸른 사과를 그려내는 베레모의 화가, 화가의 상상 속에 세 여인이 등장한다. 공연예술의 향수를 불러오는 무대장치를 활용한 원테이크 퍼포먼스가 벌어진다. 르네 마그리트의 ‘Three Nudes in an Interior(거실의 세 裸婦, 1923)’와 ‘Personal Values(개인적 가치, 1952)’ 두 그림이 동인(動因)이 된 무용공연 영상이다. 기억 넘어 녹색을 향한 욕망의 파편이 창조된다. 블루 세레나데가 주조하는 관계의 퍼즐 조각은 사과, 새, 구름 속 파편이 된 감정의 분출구가 뇌리를 스치면 현실은 가상으로써의 역할을 완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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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빛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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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빛의 제국'


원작은 침대와 찻장을 배치하고, 욕망의 전(성냥, 포도주잔)과 후(머리빗, 화장솔)를 구별한다. 관계는 뭉게구름과 같은 환희를 잉태한다. 안무작은 침대를 스키마로 두고 찻장 대신 원형 식탁과 샤워실을 장치한다. 욕망이 일군 잔상과 여운. 상상과 몽상. 그 사이를 비집고 초대받는 또 다른 얼굴이 등장한다. 평소 마그리트가 즐겨 그리던 사과, 새, 구름은 세 명의 여인으로 의인화되고 화가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가 된다. 강박적으로 달라붙는 중독성 강한 음악과 더불어 카메라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무대장치, 가변의 조명이 극적 효과를 더한다.

「빛의 제국」: 게임엔진으로 제작된 가상공간에서의 댄스 마그리트. 새롭게 창조된 가상공간으로 옮겨온 르네 마그리트의 ‘Empire of Light Ⅱ(빛의 제국Ⅱ, 1950)’는 여전히 시대와 조응한다. 원작은 시대의 우울을 담는다. 안무가는 낮과 밤이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느낌을 구현하고, 공간에서 빛이 주는 분위기를 표현한 몸의 움직임과 이와 어우러지는 공간 창출의 기교가 돋보인다. 상이한 개념이 한 공간, 하나의 시간 속에 존재한다. 시제의 공존 속에 상념의 깊이는 빛의 존재를 왜곡시키고 비존재의 계절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자연은 신비감을 부추긴다.

계절의 내면은 가장 화려한 공간으로 인도되고, 제국은 소박한 분홍에서 귀족의 보랏빛 향연으로 변한다. 영롱한 유동의 빛이 순간의 날개를 펼친다. 그림이 시가 된 원작을 구현한 가상공간에서 유니티 타임라인과 시네머신을 통한 카메라 연출, 크로마키 기법에 따른 캐릭터 합성과 타깃 트래킹 등을 통해 안무가의 상상력을 가미한 아트필름이다. 마그리트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기존의 현상과 상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장혜주는 일상에서 접하는 친근한 사물을 통해 현실 감각을 뒤트는 실험을 한다. 지극히 사실적인 표현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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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빛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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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주 안무의 '빛의 제국'


「외줄 위에 선 여인」 : 이 작품의 음악적 서사는 낭만과 열정을 담는다. 안무가는 원작 ‘The False Mirror(잘못된 거울, 1935)’, ‘The Lovers(연인들, 1928)’에서 영감을 받아 무용으로 표현한다. 비틀즈의 작은 신이 되었던 르네 마그리트에 대한 흠모가 배어 나온다. 벤치 위의 여인은 노트북을 통해 지난날을 들추어낸다. 해가 흐르고 익숙한 바람이 다시 불어온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가 아니다. 이것은 거울이 아니다. 사랑만 있으면 되던 눈먼 시절이 있었다.

화려했던 소리, 뜨거운 세상, 둘만의 세상은 시야를 멀게 했고, 촉감 외에는 필요 없던 시절, 바람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한다. 까맣게 타버리는 푸른 하늘. 긴 시간의 흐름 속 허상의 파라다이스가 버티고 있는 듯하다. 음악적 서사를 액자식으로 구성한 장면이 전환된다. 시공간적인 해석에 따른 평행·교차편집에 긴장감이 가미된다. 가렸던 천이 떨어지며 여인은 현실로 진입한다. 여인의 현재를 나타내는 부엌과 빨간 털모자를 쓴 아이를 맞이하는 여인은 과거를 덮는다. 장혜주의 상상력은 해피 엔딩을 꿈꾼 르네 마그리트와 세기의 해후를 한다.
장혜주 안무의 '외줄위에 선 여인'
장혜주 안무의 '외줄위에 선 여인'

장혜주 안무의 '외줄위에 선 여인'
장혜주 안무의 '외줄위에 선 여인'


‘모든 예술은 한 줄기로 통한다.’라는 링카트의 모토를 실천한 장혜주의 겨울 퍼포먼스 「마그리트, 상상으로의 초대」는 인접 예술가들과의 협업으로 팬데믹 시대의 대안 공연예술의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작품에는 따스한 온기와 위트가 있어서 늘 희망적이다. 그녀는 일상에서 접하는 친근한 사물과 현상으로 현실을 살짝 비틀면서 상상력을 극대화한다. 장혜주는 자신의 작품을 특징적 양식으로 낯설게 발전시키면서 사물의 본질적인 가치들을 환기한다. 이러한 그녀의 작업은 바람직하며 차이를 이룬 작품에 경의를 표한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