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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영화(33)] 첫사랑을 향한 뜨거운 열정의 영화 '4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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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영화(33)] 첫사랑을 향한 뜨거운 열정의 영화 '4월 이야기'

영화 '4월 이야기'.이미지 확대보기
영화 '4월 이야기'.
어떤 거리나 장소를 가다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그들을 추억하려고 그 장소에 간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시간은 지난 과거를 더 아름답게 포장하기도 하고 가지고 있는 슬픔을 점차로 잊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시간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보고 싶고 잊혀 지지 않는 기억도 있다. 그것은 시간을 주관하는 사람의 몫인 것 같다.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추억이나 망각으로 진행되는 속도를 느리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사랑의 설렘도 본질은 나만의 행복감 일수도 있다. 그것은 상대방의 감정은 알 수 없는 상태일 경우 더욱 오묘하며 잊지 못하는 것 아닐까. 영화에서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은 많지만 색다르게 한 소녀가 느끼는 감정을 계속 보여주다가 상대방은 가장 나중에 등장하는 영화가 있다.

'오겡끼데스까?(잘 지내시나요?)'라는 대사로 유명한 영화 '러브 레터'의 이와이 슌지 감독 작품이다. 영화에서는 여주인공의 일상을 주로 보여준다. 그러다가 결말에 가서야 그녀의 일상들이 짝사랑하는 한 남자에게 가기 위했음을 알게 된다.

정말 점차 빠져들게 하는 이야기 구조는 아니지만 겨울의 후쿠오카 지방에서 봄이 오는 도쿄를 배경으로 계절별 아름다운 풍광과 일본의 정서를 느끼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몰입감을 준다.

영화에서 풍광의 변화는 시골 여학생이 짝사랑하는 연인을 찾아나서기 위하여 노력하고 그를 생각하고 결국은 희망을 찾아 도쿄로 상경하는 그녀의 심경과 맞닿아 있다. 일본 남부지방인 홋카이도의 어느 시골여학교 고3 수험생인 여주인공 우즈키는 졸업 후 도쿄로 간 선배 남학생을 짝사랑하고 있다.

학급성적이 좋지 않은 그녀는 그가 다닌다는 무사시노 대학에 입학하기 위하여 엄청나게 공부를 하고 있다. 결국은 합격하여 도쿄로 가게 된다. 그녀의 선생님은 그녀가 합격한 것을 학생들에게 기적이라고 불렀다.

그녀는 또한 무사시노도라는 서점에서 그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는다. 그녀는 유사한 이름의 출판사 책을 사서 읽는가 하면 그와 관계된 모든 것들에 흥미를 갖는다.
영화에서는 그녀가 대학생활을 시작하려고 처음 자리잡은 곳이 짝사랑의 선배가 일하는 서점 근처임을 나중에 알게 한다. 그리고 대학신입생의 일상을 잘해나가고 무엇이던 즐겁게 하는 그녀. 불편한 주거환경이나 이웃들조차 4월의 벚꽃처럼 아름답게 보이게 해준 것도 난생 처음해보는 낚시 동아리활동 역시 호기심으로 가득차게 해준 것도 첫사랑을 향한 그녀의 뜨거운 열정이었다.

힘든 수험생활과 도쿄에 막 올라온 그녀를 그렇게 만든 주인공은 영화 맨 마지막 부분에 잠깐 등장한다. 서점을 찾아서 책을 찾는 척하며 선배에게서 눈을 못 떼는 그녀는 첫사랑을 경험한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엠비씨제작회사의 김흥도 감독은 인생에서도 4월인 여주인공의 연기와 그녀의 주머니에서도 나올 정도로 벚꽃이 많이 날리는 장면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고

지적한다. 첫사랑을 남자 주인공의 등장과의 직접적인 교감을 최소한으로 하고 여주인공의 설렘과 열정으로 표현한 것은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나름 해석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장소를 일부러 찾아가 보는 것은 그 장소가 좋아서도, 그곳을 생각나게 해준 사람이 아니라 그 시절의 나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음이 아닐까.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