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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CATL, AI·라이선스로 영토 확장…'제조사' 넘어선 배터리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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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CATL, AI·라이선스로 영토 확장…'제조사' 넘어선 배터리 패권

모건스탠리 등 목표가 줄상향…"AI 기반 부가서비스가 핵심 경쟁력"
美 IRA, 기술 제휴로 돌파…포드 이어 GM과도 협력 가능성 거론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이 인공지능(AI) 기술과 포드 등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규제를 넘어서는 등 사업 영토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CATL을 단순 배터리 제조사가 아닌 종합 기술 플랫폼으로 재평가하는 분위기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이 인공지능(AI) 기술과 포드 등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규제를 넘어서는 등 사업 영토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CATL을 단순 배터리 제조사가 아닌 종합 기술 플랫폼으로 재평가하는 분위기다. 사진=로이터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의 CATL(닝더스다이)을 향한 월가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배터리 제조사를 넘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미 경제방송 CNBC는 13일(현지 시각) CATL의 성장 잠재력을 조명하며, 주요 투자은행(IB)들이 기술력을 높이 평가해 목표 주가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CATL을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생태계 제공업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주행 중 배터리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조기에 안전 경고를 보내는 AI 기반 관리 도구를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로 CATL은 AI를 배터리 소재 개발, 생산 공정 자동화, 품질 검사부터 고장 예측, 재사용·재활용 최적화까지 다방면에 적용하며 '지능형 에너지 관리 플랫폼'으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분석팀은 "AI가 발전하면 이 생태계는 더욱 진화해 고객에게 더 많은 부가가치 소프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안전이 향상돼 CATL의 사업 파트너십과 시장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이런 분석을 근거로 CATL의 홍콩 증시 목표 주가를 기존 390홍콩달러에서 445홍콩달러(약 56.69달러)로 14% 올렸다. 최근 종가를 약 18% 웃도는 금액이다. CATL 주가는 지난 목요일 장중 395홍콩달러까지 오르며 2025년 5월 20일 상장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 IRA 파고 넘는 '기술 제휴'…새 수익모델 부상


미국 포드자동차와의 기술 제휴 계약에서도 청신호가 켜졌다. 당초 이 계약은 미국의 강도 높은 조사와 세액공제 불확실성이라는 안갯속에 있었다. 그러나 지난주 포드가 미시간주에 35억 달러(약 4조8209억 원)를 투자해 해마다 35GWh 규모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을 2026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CATL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규제 환경에 대응해 지분 투자 없이 기술과 서비스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줄이고 있으며, GM 등 다른 미국 완성차 업체와도 비슷한 협력을 논의 중이다.

매쿼리 증권은 "기술 제휴 방식을 암묵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매쿼리는 이 계약으로 CATL이 해마다 13억 위안(약 2497억 원)의 기술 제휴 수수료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지정학적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올해 초 미 국방부는 CATL을 '중국 군사 기업' 명단에 올려 2026년부터 국방부의 제품 구매를 금지했다. CATL은 즉각 "실수이며, 군사 관련 활동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위험보다 성장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매쿼리 증권은 "미·중 간 지정학적 위험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면서 "유럽 시장 점유율 상승에 따른 튼튼한 기초 여건(펀더멘털)과 주주 환원 확대가 맞물려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압도적 기술력·점유율로 '초격차' 굳힌다

탄탄한 주력 사업 경쟁력 역시 CATL의 가치를 뒷받침한다. CATL이 시장을 주도하는 배경에는 AI와 신소재 개발 같은 앞선 기술력, 대규모 생산 체계를 통한 원가 경쟁력, 핵심 원자재 공급망 확보 등이 자리한다. 현재 테슬라뿐 아니라 폭스바겐·BMW 등 주요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CATL의 이런 강점을 높이 사 '매수' 의견과 목표 주가 400홍콩달러를 유지했다.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세계 시장 확장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CATL은 2025년 홍콩 증시 상장으로 마련한 자금의 90%를 헝가리 공장 건설 등 유럽 시장 확장에 투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니켈 채굴부터 배터리 생산·재활용까지 아우르는 60억 달러(약 8조2644억 원) 규모의 통합 사업을 진행하면서 세계 시장 전략을 빠르게 실행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 교체 서비스, 이동형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시험 로봇 개발은 물론 하이브리드차와 로보택시용 특수 배터리 시장까지 먼저 차지하며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리자동차 그룹의 전기차 브랜드 지크르가 CATL의 '프리보이 슈퍼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탑재한 신차 '9X SUV'를 공개하는 등 기술 협력도 연이어 성사시키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