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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 21] 슈퍼푸드-건강식품, 케어 푸드-돌봄음식, 푸드 리퍼브-식자재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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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 21] 슈퍼푸드-건강식품, 케어 푸드-돌봄음식, 푸드 리퍼브-식자재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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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두뇌건강에 좋은 슈퍼푸드라고 한다. 필자는 직접 호두농장에 가서 호두까기가 아닌 호두 따기를 한 경험도 있다 보니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믿고 종종 사서 먹는다.

‘슈퍼푸드’(superfood)라는 말은 영화 ‘슈퍼맨’이 연상돼 엄청나게 강한 무엇이라는 생각을 했다. ‘슈퍼’ 자체가 뭔가 일반적인 것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영사전을 찾아보면 슈퍼푸드는 ‘많은 비타민과 건강에 매우 좋을 것으로 생각되는 것들이 들어 있는 물질’이라고 나온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는 ‘영양가가 풍부하여 건강에 도움을 주는 여러 종류의 식품’으로 돼 있다. 건강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즉시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슈퍼푸드는 한글 띄어쓰기가 좀 애매하다. 원어인 영어는 ‘superfood’로 붙여 쓰는데 우리말샘에는 ‘슈퍼 푸드’처럼 띄어쓰기를 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말의 띄어쓰기 참 어렵다. ‘슈퍼푸드’는 쉬운 우리말 목록에 ‘건강식품’으로 쓰자고 돼 있다.

‘케어푸드(care food)’는 노인이나 환자 등 특별한 영양 공급이 필요한 이들에게 각기 필요한 영양분이 들어가도록 한 음식을 말한다. 영어사전에는 케어푸드는 고령친화식품이라고 돼 있다. 기록을 살펴보니 한때는 ‘건강보호식’이라고 쓰기도 했으나 지난해 ‘돌봄식’ ‘돌봄음식’이라고 새로 정했다.

‘푸드 리퍼브’(food refurb)라는 말도 대체어가 선정이 되었다. ‘리퍼브’는 판매장에 전시되었거나 고장 또는 흠이 있어 소비자가 반품한 것을 다시 고치고 손질하여 소비자에게 정품보다 싸게 파는 일 또는 그런 상품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손질상품’이다. 반품한 제품은 품질에 거의 차이가 없기에 인기가 있는 편이다. 푸드 리퍼브는 맛과 영양에는 문제가 없으나 외관상 상품가치가 떨어지거나 유통 기한이 임박한 식자재를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일. 또는 이를 활용하여 새로운 식품을 만드는 일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식자재 재활용’이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 ‘리퍼브’를 우리말로 ‘손질상품’으로 정한 것은 손질이라는 말 자체에 수선, 수리라는 의미가 있어서 정한 것 같다. 생선이나 야채를 손질한다고 하면 자연의 상태를 더 좋게 하는 것인데 손질상품은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어서 의미에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덧붙여서 공산품은 대체로 유통기한이 길지만 음식재료는 유통기한이 그에 비해 아주 짧다.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탈이 날 수 있는데 식자재 재활용은 왠지 불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만일까.


황인석 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