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자신에게 일어난 일은 특별하거나 영화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품화 되려면 대중들이 좋아할 이야기들을 대상으로 해야 하기에 누구나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 '박하사탕'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는 듯하다. 하지만 주인공에게 일어난 두 가지 사건을 보면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사건들이 아니며 주인공의 순수함으로 특별해진다.
약간 부연 설명하자면 일반적으로는 험한 사회생활을 겪으며 자신이 강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주인공은 다르게 생각하는 점이 특별하고 영화적이다.
사건 중 하나는 주인공이 군시절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에 차출된 계엄군으로서 실수로 여학생을 죽이게 된 사건이다. 다른 하나는 형사라는 직업을 택한 그가 선배들로부터 넘겨받은 피의자들을 고문하는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의 내재된 폭력성을 발견하고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내면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것을 첫사랑과 연관시키는 탁월한 경지를 보여준다. 군입대 후 비상계엄으로 인한 긴급출동으로 면회를 온 애인 순임을 만나지 못하고 출동하는 군용트럭에서 그녀의 뒷모습만 보게 된다. 그녀의 감정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광주에서 겪은 총기오발로 인한 사고로 평생 죄책감을 갖고 살게 되고 그것이 형사생활을 하던 주인공 내면의 폭력성과 연결되면서 스스로가 변질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자신의 변화된 모습으로 인한 자괴감으로 그를 찾아온 첫사랑을 돌려보낸다.
영화속에서 박하사탕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던 첫사랑의 그녀는 그가 좋아하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카메라를 선물하지만 주인공은 결국 돌려준다. 영화는 지난 시절 일들을 잘못된 선택이라 생각하며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하고 철로 위에서 기차와 맞닥뜨리는 주인공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죄책감과 세상 모든 일이 뜻대로 안 된다는 좌절감으로 가득찬 남자의 일생을 원인 규명하듯이 추적하고 있다. 어린 시절 간직했던 순수함이 사회생활 하는 과정에서 변질되고 그것으로 인하여 자책감을 갖는 것이 망가져 가는 삶을 결과적으로 보여준다.
인간이 살아갈 이유를 찾아도 수천 가지가 나올 것이고 죽어야 할 이유도 찾자면 수천 가지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야학, 광주민주화운동, IMF 등 주인공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사회적인 변화를 보여주면서 거기에 한 인간이 받는 영향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엠비씨제작사의 김흥도 감독은 여러 가지로 상징과 복선이 뛰어난 작품으로 평한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자살하지만 현실에서는 사람들이 살아보려는 이유를 더 많이 찾는다.
영화에서처럼 자신 인생의 선택을 후회하면서 죽는 사람은 거의 없기에 영화적인 것이다. 상당 부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정치적‧사회적인 틀 때문에 개인 인생사가 불행해지는 것과 연계한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역설적으로 영화는 인간은 외부환경에 나약해지지 않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지 않을까? 영화 '사랑 달리다'를 보면 반대주제가 나온다. 이미 갖고 있는 행복을 소중히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르게 생각해서 주인공을 살릴 수 있는 영화 '박하사탕'의 주인공이 갖고 있는 행복은 무엇일까? 우선 사무실 여직원과 외도할 정도로 건강한 남자로 태어난 것 같다. 비록 불륜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반성할 줄 아는 아내와 자식을 두고 있다.
감성팔이해서 여인을 유혹하는 재주도 있고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순수함도 있으며 남을 고문하는 야성도 갖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주인공은 삶을 기뻐하며 감사해야 하고 지나간 과거를 되새기며 후회하지 말고 앞날을 생각해야 한다.
야학에서 만난 첫사랑에 대한 순수했던 기억은 그 마음으로 잘못은 자기 탓으로 돌리고 아내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바꾸면 된다.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잘못 사살한 여학생에 대한 죄책감은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한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것 등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봉사로써 죄책감을 대체할 수 있다.
영화에서처럼 기차가 거꾸로 갈 수 없듯이 인생도 돌이킬 수 없다. 누군가의 말처럼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다음 생을 기다리지 말고 확실한 이번 생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