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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선은지 안무의 '엄마를 위한 망고댄스'…또 다른 우주,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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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선은지 안무의 '엄마를 위한 망고댄스'…또 다른 우주,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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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지 안무의 '엄마를 위한 망고댄스'
임인년 10월 3일(월), 4일(화), 5일(수) 3일간 저녁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임학선댄스위(예술감독 임학선, 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 명예교수) 주최·주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중장기창작지원사업·성균관대학교 유가예술문화콘텐츠연구소 후원으로 수수지례(授受之禮)의 핵심인 임학선댄스위 한국춤세계화 프로젝트 ‘WE, UNIVERSE-우리의 꿈’이 공연되었다. 이번 공연은 방배동 두리춤터에서 춤 공간을 이동, 확장하여 ‘위’(爲)의 춤철학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근본적인 가치와 방향성을 ‘예술’로 이야기한다.

공연은 자연(이혜준·김현우), 인간(선은지·양한비), 예술(박혜리·송윤주)로 영역이 나누어져 창작되었다. 차별화된 춤 언어로 자신들의 역량을 보여 준 공연에서 자연 부문은 10월 3일(월) 이혜준 안무의 <수로>·김현우 안무의 <포터>, 인간 부문은 10월 4일(화) 선은지 안무의 <엄마를 위한 망고 댄스>·양한비 안무의 <Gone, 代>, 예술 부문은 10월 5일(수) 박혜리 안무의 <Never-Never Land>·송윤주 안무의 <Finale>가 공연되었다. ‘동정과 공감’·‘성찰’·‘연대’의 능력을 보여준 공연은 ‘임학선댄스위’의 주창의 실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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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지 안무의 '엄마를 위한 망고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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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선은지·성주현·장보경 공동 창작 및 출연, 김예나 협력 연출, 강낙현 기획, 선은지 안무의 <엄마를 위한 망고댄스>를 평론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 작품은 1장. ‘망고나무가 열매를 맺기까지’ 2장. ‘이젠 내가 지켜줄게요’ 3장. ‘엄마를 위한 방에서’로 구성된다. 망고나무는 엄마를 상징하는 은유이다. 엄마의 과거를 조사하고 상상력을 극대화한 작품은 현대식으로 사고한 이즈음의 예악사상이다. 안무가는 엄마를 떠올리는 의상을 엄마의 옷장에서 찾았고, 엄마의 소녀 시절과 가장 패셔너블한 사진들로 엄마의 의상이 설정되었다.

<엄마를 위한 망고댄스>에서 의상은 움직임을 극대화한 장르로 드러났다. 색상과 형태에서 시각적으로 와 닿는 집에서 입는 일상복, 등산이나 골프 할 때 입는 옷, 출근할 때 입는 옷 등 공동창작자 각자 엄마의 옷들로 조합한 의상이었다. 베이지 계열의 가장 기본적인 의상에서 시작해서 형형색색의 외투와 모자, 스카프로 단장하고, 하나씩 벗어 던지며 마지막엔 꽃무늬 옷이 장식되었다. 엄마의 소녀 시절을 이야기하는 귀여운 딸들의 모습이면서 동시에 소녀였던 엄마의 발랄하고 예쁜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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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지 안무의 '엄마를 위한 망고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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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 엄마의 우주는 내가 되었다. 엄마의 우주는 무엇이었을까? 처음 세상과 만났을 때 나의 우주도 엄마였다. 자라면서 빠르게 나의 우주는 다른 것들로 채워져 갔다. 춤을 추면서 나만의 우주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망고나무 아래에서 엄마의 시간을 보았다. 엄마의 꿈과 외로움에 걸친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전히 ‘엄마의 우주’의 큰 부분인 우리를 발견했다. 오늘, 젊던 엄마의 나이가 된 우리는 엄마를 위해 춤을 추기로 했다. 엄마를 위한 망고 댄스, 망고는 노란색, 부드럽고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엄마를 위한 망고댄스>는 ‘황무지’, ‘망고나무의 생애’, ‘수정 - 엄마의 시간’, ‘파란나라’, ‘엄마의 삶’, ‘I’ve got the Power’, ‘엄마의 방’, ‘엄마를 위한 망고댄스’에 이르는 여덟 개의 핵심 춤 정거장을 스쳐 간다. 여자의 일생을 시작한다. ‘황토지’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망고나무는 넓게 펼쳐진 덥고 건조한 땅에서 자란다. 스탠드 조명이 켜지고 꺼지면서 세월이 경과한다. 엄마의 방을 이루는 조각들이 등장한다. 그 조각들은 기댈 곳, 신적 존재, 돌봄의 관계로 상징한다. 은지의 대사가 시작되면서 씨앗이 싹을 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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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지 안무의 '엄마를 위한 망고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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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고 지며 열매가 맺히면서 엄마의 시간이 된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내기까지 기꺼이 지나왔을 뜨거운 시간들. 「엄마도 엄마는 처음이라 많이 애가 타기도, 목이 메기도 했을 거예요. 달콤한 열매뿐 아니라, 결이 곱고 은은한 색감의 나무, 피부의 보습을 채워주는 씨앗, 면역을 키우는 열매껍질, 약용으로 쓰이는 잎, 주렁주렁 열린 열매로 만들어진 시원한 그늘까지 -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는 망고나무는 한 철에 3천 개 이상 열매를 맺습니다. 하지만 다음 해에는 반드시 쉬어 주어야 한다고 하죠.」

창작자들은 망고나무의 휴식을 고려할 정도로 성장한다. 동양철학이 스며든다. 부모에 대한 보은은 사행(思行)을 같이한다. 엄마의 소녀 시절 사진이 영상으로 투사된다. 신화 속 망고는 깨달음, 사랑, 기적, 화합의 열매로 성스럽게 여겨진다. 꿈 많고, 장난기 많았던 엄마는 아이였고 소녀였고 손재주가 좋았고, 작가가 되고 싶었고, 선생님이었다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다. 그 아이의 우주가 되었고, 엄마의 우주는 그 아이가 되었다. 열매를 맺으며 뜨겁게 보내온 우리의 시간이 강물이 되어 흐르고, 메마른 땅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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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옷을 벗어 던지고, 소녀인 엄마의 모습을 상상한다. 「뜨겁고 건조한 땅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무성한 잎사귀의 망고나무는 자랍니다. 열매가 꽃을 피운 것처럼, 우리도 세상 밖으로 나왔어요. 작고 여린 나무에서 어떻게 이렇게 커다란 내가 나왔을까요. 석가모니의 머리 위로 북두칠성이 영롱하게 빛을 발했을 때도 그 뒤에 망고나무가 있었대요. 치열한 고행 끝에 얻은 깨달음. 그 순간에도 망고나무는 자리를 지켰다고 해요. 우리가 이렇게 자라는 동안 엄마가 지켜봐 줬을 텐데. 내가 엄마의 휴식 공간이 될 수 있을까요?」

유혜숙(은지 엄마), 고현미(보경 엄마)의 목소리가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조언이 된다. 보이스 중간쯤, 무대 중앙에 독무가 있다. 은지가 옷걸이를 두고 떠난다. 카누의 노를 젓는 은지가 영상으로 들어오면, 주현과 보경은 스케치북에 ‘엄마방’ 그리기를 한다. 그들이 노 젓는 동작으로 나타나고, 거대 망고나무가 된 은지가 예쁘게 썬 망고를 들고 등장한다. 이어 망고 젤리가 뜨며, 모두가 공감하는 웃음을 유발한다. 순환하는 엄마의 계절을 축복하며 출연자들은 ‘엄마를 위한 망고댄스’를 바친다. 공연은 모두가 공감하는 무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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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지, 제목부터 놀라운 창의력을 발휘하면서 차별화되는 안무작을 생산하는 야심만만한 신진안무가이다. 몇 겹의 연구와 실험으로 탄탄하고 조밀한 구성력을 보인 안무작은 단순할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인간관계의 핵심인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다. 현대가 전통의 원형이 되어가는 시점에 ‘엄마예찬’은 모두가 공감하는 일이면서도 간과해온 면이 없지 않았다. 그 사실을 일깨운 스승의 가르침이 놀랍다. <엄마를 위한 망고댄스>는 어머니에 관한 한국 창작무용의 걸작으로 신인답지 않은 21세기 ‘사모곡’의 전범(典範)이 되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