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프닝 첫 장면의 고기잡이배에서 소녀 루비(에밀리아 존스)의 <Something got a hold of me>는 경쾌함과 감미로운 노래가 이번 작품의 서사성을 암시했고 미래에 대한 설렘으로 두근거리는 심적인 느낌을 밀착하게 표현한다. 재즈풍의 멜로디는 영상과 맞물려 첫 장면의 신호탄을 경험하게 한다. 인상적인 장면과 음악의 연결 가운데 루비가 의지와 힘이 되어준 마일스(퍼디아 월시 필로)와 발표회에서 듀엣으로 부른 노래 <You’re all I need to get by>가 꼽힌다. 길고 반복적인 구성이지만 독특한 끌림을 담고 극 전체의 긴박감을 압축하고 있다. 음악적으로 고딕적 인더스트리얼의 일관성이 유지된 편안한 트랙이다.


극 중의 루비가 버클리음대 오디션 곡 <Both sides now>는 Joni Mitchell의 곡으로 영화의 주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노래의 영상들을 주관적으로 배치하면서 이야기를 미학적 구성으로 이끌고 간 트랙이며 부분마다 감상적 체험을 전달하는 이미지들의 우발적인 영상이 연속되어 부담감을 주지만 영화를 끌고 간 에너지를 준다. 합창단의 발표회 곡으로 연주된 David Bowie의 <Starman>은 아이들의 심리적 지속성을 부여한 곡으로 루비와 마일스의 코어 같은 록이 맥락 있게 전달되었다. 실제 농인인 아버지(트로이 코처)와 어머니(말리 매트린), 오빠(대니얼 듀런트)는 루비의 노랫소리를 못 듣지만 코러스엔 힙합의 강렬함이 음악적 주류를 이룬다.
무엇보다 영화의 시작을 고하는 Etta James <Something’s got a hold of me>를 망망대해에서 루비가 부르는데 첫 장면의 주제적 암시를 주며 R&B 클래식의 애환과 음악적 감수성이 깊게 녹아있다. 루비의 주변엔 긴 여운을 남기는 빠른 곡조의 블루스와 스윙이 자리 잡고 이율배반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루비 부모가 학교에서 큰 소리로 말할 때 루비가 화낸 힙합 음악 <I’m a Hustla>는 디테일한 재즈풍이 강해 극의 긴장감을 이끄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영상에 빗나가지 않는 유연한 브릿 팝 성향이 다음 장면의 흥미를 끌어낸다. 감독의 고집스러운 노력이 더해진 사운드이며, 영상을 접하는 즐거움 이상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루비가 버클리음대 오디션 때 부른 <Both sides now>는 수어와 함께 더욱 그 진가를 발휘했는데 이 장면은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담은 사운드트랙이다. 피아노의 아르페지오 멜로디가 신선함을 더하며 드라마틱한 음악 구성과 더불어 서사적인 연출미 까지 두드러진다. 엔딩 크레딧곡 <Beyond the shore>는 발라드풍의 서정적 표현이 가득하다. 루비의 가족애와 열정을 담은 이 곡은 신선하며 분명히 날개를 단 듯한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있다. 이 곡을 통해 션 헤이더 감독은 사운드와 영상이 절묘하게 조합되고 대중과 프리 재즈 사이의 기존 소통 체계를 탈피했다고 본다.
청각장애인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루비의 노래는 감동과 재치 넘치는 소리로 그 맥을 잇는다. OST 중에서 집안 내 소음을 피하고자 들은 음악 <Baby It's true>는 턴테이블로 듣고 춤을 춘 <My pal foot foot>과 루비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묘한 대조를 이루며 극적 긴장감을 제시한다. 풍부한 성량을 담은 곡 <It’s your thing>은 루비가 합창단에서 기쁨을 만끽하고 다 같이 춤추고 부른 아카펠라 음악이 영하의 온도를 뜨겁게 한 사운드트랙이다. 작품이 표현하려는 심연의 메시지가 담긴 <I got the music in me>에서 과거의 느낌을 연상하면서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냉랭한 느낌을 교차적으로 살리고 있다.



특히 이번 영화의 OST 가운데 루비가 가족들 앞에서 소리를 제거하며 수화로 농인의 감각을 전달한 <Both sides now>는 음악을 듣기보다 농인 가족들이 음악을 만지는 신선함이 피부로 느껴진다. 영상과 내러티브가 공존하는 이번 작품은 표현의 극대화가 넘치며, 장르의 벽을 허물어버린 사운드와 영상의 조합에 충실한 트랙으로 남는다. 주인공 루비는 농인 가족을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음악을 매개체로 사용했는데 극 중 <The clash-I fought the law>와 <The kiki dee band-I’ve got the music in me>는 루비의 노래로 전해지는 가족애가 공감되는 음악이며 파스텔톤의 화사한 영상과 빠른 템포로 연주되는 사운드트랙이 맞물려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분명, 이 영화 속엔 휴머니즘과 변환할 수 있는 통속성이 배어있다. OST와 장면마다 사로잡는 멜로디의 긴 여운이며, 몽환적인 사운드가 매력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37년 역사상 선댄스 영화제 최초 4관왕 수상작과 걸맞게 OST도 루비의 ‘홀로서기’의 여정을 탄탄히 받쳐주고 있다. 오프닝 OST <Something’s got a hold on me>와 루비와 마일스의 듀엣곡 <You’re all I need to get by>는 분위기에 맞게 감성의 리듬을 좇아가는 사운드 트랙이며 마지막 세션까지 영상의 내면적 흐름을 유지하며 뛰어난 음악적 효과를 발휘한다.
정순영(작곡가, 음악평론가)